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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남궁연, #미투 폭로자들 명예훼손 처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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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연/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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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피해자가 오히려 벌금형을 당하는 전례를 알아 그동안 침묵했다”
7일 SBS 뉴스를 통해 드러머 남궁연(50) 씨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한 5번째 피해자는 그동안 자신의 피해 사실을 감춘 이유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이에 대해 남궁 씨 측은 앞서 성폭력 폭로자들에 대해 ‘사실무근’이며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성폭력 사실을 고발하는 ‘미투’ (#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한국 사회에서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남궁 씨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5번째 피해 여성과 같이 일부 성폭력 피해자들은 자신이 지목한 가해자들이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을 밝힐 때 위축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연극, 뮤지컬 관객들이 공연계의 성폭력에 반대하고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폭로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연극, 뮤지컬 관객들이 공연계의 성폭력에 반대하고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폭로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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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성폭력 피해자들은 폭로 그 자체만으로 명예훼손 처벌 대상에 해당할까

결론부터 살펴보면 남궁 씨 주장 그대로 성폭력 피해 사실이 ‘사실무근’일 경우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요건이 갖춰진다. 형법 제307조에 따르면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했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법 제310조는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다. 즉 ‘미투’를 통해 성폭력을 고발한 내용이 사실이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밝힌 것이라면 처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형법 제310조’가 적시하고 있는 ‘명예훼손죄에 있어서의 사실증명’의 경우 소송과정에서 드러나는 증거만으로는 재판부가 어떤 입장도 선택 할 수 없을 때 예외적으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성폭력이 사실일지라도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

이는 ‘어떤 주장을 할 때, 그 주장이 사실인 것에 대해 증명할 책임은 주장한 사람에게 존재한다. 다만 증거를 대지 않았다고 해서 그 주장이 거짓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거증책임’ 원칙에 따라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예외적으로 피고인에게 부담하게 하는 경우다.

문화예술계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일반 관객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위드유(#With you) 집회를 갖고 있다. 이 날 집회에서는 '미투' 응원과 지지, 가해자의 처벌과 피해자 보호 및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다.사진=아시아경제DB

문화예술계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일반 관객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위드유(#With you) 집회를 갖고 있다. 이 날 집회에서는 '미투' 응원과 지지, 가해자의 처벌과 피해자 보호 및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다.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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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같은 거증책임에 따른 증거 주장은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도 충분히 인정될 수 있을까,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성폭력 사건의 경우 피해 사실이 구체적이고 특정 가해자에게 피해를 받은 피해자가 1명 이상인 다수의 경우에도 피해 사실이 일관적이라면 증거로 볼 수 있는 여지가 높다”고 밝혔다.

또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으로 활동하는 이선경 변호사는 지난달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문단_내_성폭력과 ‘갑질’ 청산을 위한 토론회’에서 ‘미투의 원인과 법적 쟁점’에 대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선진국은 이 죄를 갖고 있지 않다. 이것이 족쇄가 되고 있는 것이고, 허위사실이면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진실한 것을 적시하면 민사상 손배소는 별도로 하고 형사처벌은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성폭력의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명예훼손 등 보복성 고소를 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피해자들과의 연대를 위해 만들어진 ‘셰도우핀즈’ 에 따르면 2016년 10월부터 12월까지 성폭력 폭로를 이유로 고소당했다거나 고소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는 내용으로 상담을 요청해온 이들은 50여명에 달했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을 알릴 때 망설이게 되는 부분 중 하나로 가해자의 역고소가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여성가족부는 8일 오전 문화체육관광부, 법무부, 고용노동부 등 12개 관계부처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 협의회’ 1차 회의를 개최하고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성폭력 근절대책에는 고용이나 사제관계 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권력형 성폭력 범죄’에 대한 법정형을 최대 징역 10년까지 상향하고 공소시효를 늘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피해자가 성폭력 사실 진술에 대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와 무고죄를 이용한 가해자의 협박, 손해배상 등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무료법률지원을 강화하는 등 신고자에 대한 신변 보호도 강화된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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