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로이'에서 팔목보호대를 찬 궁사로 등장하는 파리스 왕자의 모습. 브래지어의 어원으로 알려진 프랑스어, 브라시에르는 영어 브레이서(Bracer)와 같은 뜻으로 원래는 팔목보호대란 뜻이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사진=영화 '트로이' 장면 캡쳐)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오늘날 '브래지어(Brassiere)'란 단어는 여성 속옷의 대명사처럼 알려져있지만, 단어의 어원을 좇아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기묘한 단어와 만난다. 다름아닌 전쟁터에서 궁사들의 팔목보호대로 쓰이는 '브라시에르(braci?re)'란 프랑스 단어다. 이 단어는 현재 영어로는 '브레이서(Bracer)'란 별도의 단어로 쓰이며 양궁에서 여전히 팔목보호대란 뜻으로 쓰인다.
사실 브래지어 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현대 여성 속옷 및 의상들은 고대와 중세 갑옷에서 착안돼 나왔다. 20세기 초중반까지 여성들의 필수 속옷 이었던 '코르셋(corset)' 역시 갑옷 중 가슴과 배를 보호하는 '흉갑'의 개념을 본떠 만들어졌다. 17세기 이후 총기가 유행하면서 은폐, 엄폐가 어렵고 활동성을 저하시키는 전신갑옷은 대부분 전장에서 퇴출됐지만, 심장과 내장 부위를 보호할 수 있는 흉갑은 오랫동안 유지됐다. 특히 전장의 선봉에 서는 기병대에서는 흉갑을 중요시 여겼다. 이 흉갑을 철갑에서 직물로 바꿔 만든 것이 코르셋의 효시가 됐다고 한다.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의 초상화. 19세기까지는 왕이나 남성 귀족들이 주로 비단 등 값비싼 천으로 만든 스타킹을 신고 다리를 노출하는 것이 유행이었다.(사진=위키피디아)
원본보기 아이콘상반신 뿐만 아니라 하반신과 관련된 속옷들도 '갑옷입은 기사(騎士)'들로부터 나왔다. 대표적인 기사들의 내의였던 스타킹은 원래 중세시대, 판금으로 만든 갑옷을 입어야하는 기사들이 갑옷을 입기 전에 속에 입던 바지 대용의 옷이었다. 원래는 일반 옷을 입고 그 위에 갑주를 걸쳤지만, 일반 천으로 된 옷을 입고 갑옷을 걸치기에는 너무 덥고 활동도 힘들어 얇은 비단이나 레이온으로 만든 속옷을 입었다.
특히 땀이 많이 차는 하반신의 경우에는 뭘 입을지 상당히 고민이었는데, 이때 등장한 것이 스타킹이었다. 스타킹은 갑옷의 강판이 피부를 긁어 생기는 상처를 막아줄 뿐만 아니라 보온과 활동성을 유지하는데 좋은 역할을 했다. 스타킹이 흘러내리지 않게 만든 가터벨트 역시 스타킹과 함께 만들어졌다. 현대에는 오히려 여성들의 대표 의상이 됐지만, 18세기까지는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고, 여성들은 하반신 노출을 하면 안된다는 인식이 오랫동안 유지되면서 20세기에 들어서야 스타킹은 여성의류로 바뀌게 됐다.
스타킹과 함께 여성들이 많이 신는 하이힐 역시 전쟁터를 달리던 기사들의 산물이었다. 현대적인 디자인의 하이힐은 유럽이 아니라 동방 페르시아 등 중동지역에서 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주로 기병들이 말에 올라 등자(?子)에 발을 고정시키는 용도로 쓰였다. 특히 긴 창을 들고 말의 가속도와 체중을 실어 충격력으로 적을 제압하던 기병대 입장에서는 전투 중, 등자에서 발이 빠지면 제대로 힘을 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고안된 신발이었다고 한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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