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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大공황] 脫 공항 시작되나…"쇼핑 경쟁력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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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외국인 관광객 2명중 1명 찾던 공항면세점
싸고 접근성 높은 로드숍·시내면세점 밀려
兆 단위 임대료 큰 부담…인하 소송까지

[면세점 大공황] 脫 공항 시작되나…"쇼핑 경쟁력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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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시계를 10년 전으로 돌려 2007년. 당시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2명 중 한 명은 공항면세점에서 면세품 쇼핑을 했다. 시내면세점 수도 많지 않았거니와 값을 지불해놓고 출국할 때가 돼서야 물건을 찾아간다는 개념도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해 말. 공항면세점에서 물건을 사는 외국인은 4명 중 1명도 채 되지 않았다. 더욱 값이 싸고 구매 시스템도 익숙해진 시내면세점이나 가격대가 낮고 접근성이 높은 일반 로드숍이 대안으로 급부상하면서다. 불과 몇 년 사이의 변화다.
연간 조(兆) 단위에 달하는 인천공항면세점 임대료 인하에 대한 업계의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쇼핑장소'로서의 공항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안(案)을 만들지 못한 업계와 임대료에 의존해 연 수익의 대부분을 채우는 인천공항공사 모두 안일한 운영전략을 고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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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기만한데…" 공항면세점 안 가는 여행객들=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2016년 1~12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1만2000명을 대상으로 관광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들 가운데 23.7%만이 공항면세점에서 쇼핑을 했다고 답했다. 공항면세점에서 물건을 구매했다는 응답률은 2005년 57.6%, 2007년 51.5%로 정점을 찍은 뒤 2009년 44.8%, 2011년 30%, 2013년 23.9%, 2015년 25%(복수응답 가능)로 매년 밀려왔다. 문체부의 조사는 전수(全數) 아닌 표본 형태지만 매년 같은 장소(전국 국제공항)에서 매월 12차례에 걸쳐 다국적 관광객 1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쇼핑객들의 트렌드는 실시간으로 반영된다.

전체 면세점시장에서 출국장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도 추세를 같이 한다. 지난해 국내 면세사업자들의 실적을 모두 합한 한국의 면세시장 규모는 12조2757억원. 이 가운데 시내면세점 매출은 8조9085억원으로 70%를 웃돈다. 공항면세점은 2조7741억원으로 22%에 불과하다. 그 비중은 2011년 38%, 2012년 37%, 2013년 34%, 2014년 30%, 2015년 26%까지 매년 급감하고 있다.

고객들이 발길을 돌리는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가격이다. 같은 제품값이 시내 및 인터넷면세점보다 비싸다는 얘기다. 어떤 형태의 상점이든 임대료는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에 반영된다. 인천국제공항 내 롯데면세점의 경우 평당 연 임대료는 2억8000만원 선. 흑자를 목표로 임대료를 모두 제품가에 반영하지는 않지만 영향은 불가피하다.
또한 최근 수가 급증한 시내면세점의 경우 휴게공간이 넓고 다양한 할인 프로모션, 체험 이벤트 등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중저가 제품을 부담없이 고를 수 있는 브랜드숍 역시 공항면세점의 경쟁 채널 중 하나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3기 사업자 임대료 납부액 추이 (단위: 원)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3기 사업자 임대료 납부액 추이 (단위: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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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兆 단위 임대료 어쩌나…발등 찍은 '글로벌 야심'=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 중인 롯데, 신라, 신세계 등 3기 사업자들은 이달부터 내년 8월까지 1년간 총 1조1590억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인천공항공사 측에 납부해야 한다. 롯데가 약 7740억원, 신라 2980억원, 신세계 870억원 수준이다. 이들은 매달 20일 월납 형태로 임대료를 내게 된다.

롯데는 5년치 임대료 총액 4조1200억원(4개 사업권ㆍ8849㎡)의 75%가량을 3년차부터 집중적으로 내는 방법을 택하면서 향후 급격히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앞선 1ㆍ2년차에 각각 5000억ㆍ5100억원을 납부했고, 3년차에는 전년 대비 50%가 증가한 7700억원을, 4ㆍ 5년차에는 1조1600억ㆍ1조1800억원을 납부키로 했다. 당시 입찰 경쟁을 벌인 신라면세점(3개 사업권ㆍ3501㎡)은 5년 간 각각 2600억ㆍ2800억ㆍ2900억ㆍ3100억ㆍ3300억원을, 신세계(1개 사업권ㆍ2856㎡)는 1~5년차에 800억~900억원을 매년 내기로 계획을 세워 이행 중이다.

각 업체들은 이 같은 고액의 임대료 영향으로 올해 3분기 적자를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미 롯데가 지난 2분기 298억원, 신세계가 4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피아노 제조사로 유명한 삼익악기가 운영하는 삼익면세점은 지난달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 인하 소송을 제기했다. 이 면세점은 지난해 32억원, 올 상반기에만 54억원의 적자를 봤다.

입찰 당시 각 사업자들이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입찰해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 확장에 욕심을 내 무리한 금액으로 베팅한 것이 제 발등을 찍은 것이라는 것이다.

관련 업체들은 그 당시의 판단이 결과적으로 빗나갔다는 데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사업자 선정 이후 시장 상황이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변했다고 토로하고 있다. 과거에는 투자 여력과 수요가 충분했던 반면 현재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등 정부발(發) 혹은 국제 관계 이슈가 업계를 초토화시켰다는 논리다. 가장 강력한 경쟁점이 된 시내면세점 특허 수를 2014년 17개에서 작년 말 기준 22개까지 늘리고 특허수수료를 올해부터 최대 20배 올린 것도 정부와 국회의 결정이다. 기존의 사업자들 대부분은 두 사안에 반대해 왔지만 그 주장을 관철시키지는 못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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