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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 칼럼]TPP의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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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다 고이치 美 예일대 명예교수

하마다 고이치 美 예일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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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발표하면서 이 거대한 경제협정이 무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이 가정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한 경제특구인 TPP는 미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베트남 등 세계 경제의 약 40%를 차지하는 12개국이 5년동안 큰 기대 속에 추진해왔지만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비준을 앞둔 시점에 탈퇴를 선언하며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미국의 TPP 탈퇴가 철회되길 원했던 많은 국가는 곧 미국이 빠진 상태에서 논의를 진전시키기 시작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미국의 복귀를 희망하면서도 TPP 성사를 위해 앞장서겠다고 나섰다. 일본과 뉴질랜드는 TPP를 진전시키기 위해 오는 11월까지 다른 참가국들과 합의점을 모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TPP 비준이 성공한다면 참가국들은 상당한 이익을 얻게 될 것이며 미국은 엄청난 기회를 놓쳤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통상적으로 자유무역을 실현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세계무역기구(WTO)가 구현한 글로벌 모델이다.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규모다. WTO는 광범위한 세계 경제가 연결되는 것을 보장하는 한편 참가국들이 공통된 규약을 준수·집행하게 하고 분쟁을 해결하는 메커니즘을 형성한다. 하지만 이 거대한 규모는 많은 국가들이 하나의 합의점에 도달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WTO의 약점이기도 하다.
보다 자유로운 무역을 가능하게 하는 두 번째 접근은 양자간 협정이다. 양측이 참여하는 협상은 다자간 협상보다 훨씬 간단하고 시간도 적게 든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2009년부터 추진 중인 경제연대협정(EPA)이 대표적인 예다. EPA는 핵심 쟁점을 둘러싼 이견에도 불구하고 최종 타결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단점이 있다. 당사국들만 '윈-윈'할 수 있는 양자간 협정은 비참가국에 손해를 끼칠 수 있다.
일본과 EU의 EPA가 발효되면 일본 시장에서 유럽 기업과 경쟁하고 있는 미국이 이런 입장에 처하게 된다.

11개 TPP 참가국들은 이 두 가지 접근법의 장점을 취하기 위한 과정에 놓여 있다. TPP는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고 규정 및 기준을 조화시켜 양자간 협정보다 글로벌 경제 전반에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합의 도출이 어려운 WTO만큼 거대한 규모도 아니다.

TPP는 WTO와 공통적인 장점이 있다. 여러 국가의 협상 참여는 강대국의 힘을 약화시켜 불균형한 조항을 강요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어쩌면 이것이 '협상'과 '미국 우선주의' 무역 정책을 약속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TPP 참여를 거부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자간 협정이 정치·경제적으로 미국에 더 유리한 협상 지위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관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테이블에 마주 앉은 상대국이 협상을 깰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이 양자간 협상에서 힘을 이용해 자국에 유리한 조항을 얻어낸 것이 다자간 협정에서 얻는 이익보다 반드시 더 큰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경제에 상당히 유리한 조항을 포함하고 있던 TPP가 대표적이다. 이 협정은 오랜 시간 미국 기업들에 닫혀있던 시장을 개방시켜 줬을 것이다. 지적재산권과 회계, 분쟁 해결과 관련한 조항은 미국 월가와 법률 시장에 지나치게 호의적이라는 불공정 비판이 있을 정도로 미국에 유리한 협정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잭디쉬 바거티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TPP는 교회 예배를 조건으로 골프를 치게 해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TPP서명국들은 무역과 투자 확대에 해당하는 '골프'를 위해 협정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국가들은 미국의 이익을 인정해야만 하는 '예배'의 의무를 피할 수 없다.

골프와 예배 모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이 자유무역 시나리오에서 독특한 지위를 갖고 있다. 그리고 미국이 빠진 새로운 형태의 TPP가 활성화되기 시작하면 미국 기업들은 트럼프가 '티 타임(골프 경기가 시작하는 시간)'을 취소하지 않았기를 바라게 될 것이다.

하마다 고이치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경제 특별자문 / 번역: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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