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진실’이라는 단어를 쓰지만, 두 사람은 밑바닥부터 다르다. 한 사람은 약함이 죽음의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시각에서 진실을 파고든다. 다른 한 사람은 다수의 존립을 위해서라고 믿으며, 때로 누군가의 약함은 죄가 되고 척결해야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인식한다.
그는 법정에서 결국 흥분한다. “너희 같은 애송이들은 내가 지켜주는 덕에 자유를 누리고 사는 거야” 진실마저 터뜨린다. “그래 했다. 내가 코드레드를 명령했다. 그래서 어쨌다는거야. 나라가 어떻게 지켜지는 줄 알아. 그렇게 해서 나라가 지켜지는거야. 알겠어?”
국가주의 가치관으로 똘똘 뭉친 군인의 표상이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진실은 "내 덕에 지켜지는 나라"가 아닐까. 한국인들에게는 특히 낯설지 않다. "적과 대치하고 있다"는 이유로 자유, 권리, 인권 같은 단어가 더없이 짓이겨졌던 과거를 갖고 있다. 가깝게는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도 한국판 '제셉 대령'들이 넘쳐났다.
2006년 말 당시 대통령의 일갈이 다시금 떠오른다. “작전 통제도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놔놓고, 나 국방장관이요, 나 참모총장이요…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10년이 넘게 흘렀다. 항명은 가장 부끄러워 해야 할 일임에 틀림없다. 여전히, 그리고 다시, 그들이 화두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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