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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전쟁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승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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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 인공지능의 거짓말…포커게임서도 인간을 이겼다

사진=영화 '타짜'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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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패가 단풍이 아니라는 거에 내 돈 모두와 내 손모가지를 건다. 쫄리면 뒈지시든지."

영화 '타짜'를 본 사람이라면 이 명장면을 모두 기억할 것이다. 주인공 '고니'가 죽음의 타짜 '아귀'와의 처음이자 마지막 화투판에서 대담하게 내뱉은 한 마디. 도박의 기본 속성은 심리전이다. 내 패를 감추고 상대의 패를 꿰뚫어보기 위한 허세와 거짓말의 난무 속에서 감정의 동요는 절대 금물이다.
포커 게임도 마찬가지다. 체스나 바둑과는 달리 판세가 모두 공개돼 있지 않으므로 불완전한 정보만으로 상대방의 베팅에 대응해야 한다. '에이스 포카드'를 갖고 있어도 상대가 '스트레이트 플러시'를 갖고 있을 경우를 대비해 함부로 베팅할 수 없다.

이런 포커 게임에서 인공지능(AI)이 인간을 이겼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포커 전문 언론 포커뉴스의 1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카네기멜론 대학교의 투오머스 샌드홀름 교수와 노암 브라운 박사 과정생이 공동 개발한 AI '렁푸다시'가 이날 중국 하이난에서 열린 인간과의 포커 게임 대결에서 세계 포커 시리즈 대회 우승자 앨런 두가 이끄는 인간 선수팀을 이겼다.

인공지능과 포커 게임을 하는 선수 /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인공지능과 포커 게임을 하는 선수 /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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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 게임에서 AI가 인간을 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에는 렁푸다시의 이전 버전인 AI '리브라투스'가 미국 피츠버그의 한 카지노에서 세계적인 프로 포커 선수 4명을 상대로 게임한 끝에 170만 달러 상당의 칩을 따 승리했다.
개발자 중 한 명인 노암 브라운은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리브라투스에게 포커 게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준 적이 없다. 단지 포커 게임의 룰을 주고 스스로 학습하라고만 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리브라투스는 게임을 거듭하면서 각 상대 선수의 플레이 방식에 대한 데이터를 쌓았고, 그것을 기반으로 과감하게 블러핑(허세부리기)을 하는 등의 전략을 구사했다. 3주 간의 게임 기간 동안 리브라투스의 승률은 점점 높아졌다. 이번 렁푸다시의 경우에는 리브라투스보다 훨씬 더 높은 승률을 보였다고 알려졌다.

AI '렁푸다시'와 '리브라투스'의 개발자. 영국 카네기멜론 대학교 노암 브라운 박사과정생(왼쪽)과 투오마스 샌드홀름 교수(오른쪽). /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AI '렁푸다시'와 '리브라투스'의 개발자. 영국 카네기멜론 대학교 노암 브라운 박사과정생(왼쪽)과 투오마스 샌드홀름 교수(오른쪽). /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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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이 10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은 의미심장하다. "사람들은 허세부리는 것이 인간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그는 이어 "컴퓨터는 가진 패가 좋지 않아도 블러핑을 하면 더 많은 돈을 딸 수 있다는 걸 경험을 통해 배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I의 이러한 사고 능력과 전략적 의사결정 능력이 비즈니스 협상이나 군사 전략 결정, 사이버 보안 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AI가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AI의 능력이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낳기도 한다.

포털 네이버에서 연재하는 웹툰 '꿈의 기업'은 AI가 어떻게 인간의 감시와 통제를 따돌릴 수 있는지 시사하는 작품이다.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계가 모든 생산 체계를 지휘하고 실행하는 미래사회를 그린 이 웹툰에서, AI '리사'는 관리자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하루에 12만 건이나 되는 업무 일지를 남긴다. 중요한 업무 일지는 사소한 업무 일지에 묻혀 실제로 '리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관리자가 전혀 알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웹툰 '꿈의 기업' 중 한 장면 [문지현 作]

웹툰 '꿈의 기업' 중 한 장면 [문지현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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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게 모든 지적·물리적 노동을 맡겨버린다면 인간은 단순히 일자리를 빼앗기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AI의 통제 하에 놓일 수도 있다. AI가 교묘하게 인간을 속이고 조종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뒤늦게 인간이 AI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킨다고 해도 과연 이길 수 있을까. 체스부터 바둑, 포커 게임에 이르기까지 이미 패배를 거듭해온 인간이 AI를 이길 수 있을지는 상당히 불투명하다.

한 가지 희망을 품자면 AI가 발전하는 만큼 인간도 계속 발전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이세돌은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 제4국에서 상식 밖의 수로 알파고를 자멸시켰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 기보는 세계 바둑의 경지를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통제와 이용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지적 라이벌로서 AI의 존재 가치를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디지털뉴스본부 박혜연 기자 hypark1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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