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 만나는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고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불교의 경전 중 하나인 법화경(法華經)에 나오는 문구다. 회자정리만 읽으면 덧없음을 느끼지만 거자필반에 이르면 원천을 알 수 없는 희망에 위안을 삼는다. 고맙고 아끼는 사람과의 헤어짐의 슬픔을 덮기 위한 경전의 말씀일 수도 있겠지만 중생들의 삶에선 최소한 그렇게 읽힌다.
질곡의 시간을 함께한 사람과의 헤어짐 뒤엔 깊은 여운이 남는다. 함께 있을 때는 몰랐던 관계의 깊이는 변화의 순간에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만든 헤어짐이라 치더라도 기억의 수많은 편린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냉정하기 어려운 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수많은 죄 중 가장 나쁜 죄는 많은 사람에게 해를 끼치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죄다. 부끄러움이 없으면 반성이 없고 반성이 없으면 재발하기 마련이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해악도 문제지만 잠재된 해악이 더 하다는 얘기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당부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죄 앞에서는 힘을 잃는다. 완전한 결별 밖에는 답이 없다. 백번 양보해 '이것도 인연'이라 치더라도 다시는 만나지 않는 편이 낫다. 이렇게 보면 경전의 말씀은 대상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해야 할 듯하다.
5월9일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에서 뽑은 대선주자들이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과거 여당 대선주자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수개월 목도한 '불의'와 결별하고 보다 나은 국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일부 야당 대선주자들의 행보에서 적폐를 답습하는 모습을 목격하지만 대부분(?) 제 몫을 다하지 않고 떠난 존재와 결별하기 위해 다짐하고 노력하는 모습은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다. 떠나보냈던 '상식'과 '정상'을 찾는 과정이니 당연하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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