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학교 끝나고 집에 올 때가 지났는데 사라졌다는 베이비시터 이모님 전화에 회식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간 선배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어쩌면 이제 내 일이 될지 모른다. 분명 학교에서 보내온 안내문엔 '맞벌이 가정을 위해 야간상담도 진행합니다'라고 써 있는데 전화기 너머 아이의 담임교사가 "저도 집에 돌봐야 할 아이들이 있어서요"라며 겸연쩍어 하는 바람에 겨우 오후 반차를 내고 학교에 들른 동료도 있었다.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화위원회가 초등 입학생 자녀를 둔 공공기관 근로자의 출근시간을 오전 10시로 늦추도록 하는 방안을 당장 3월부터 시행한다고 선언한 터였다. 초등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는 아예 10시 출근을 원칙으로 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는 역설적으로 '오죽하면 맞벌이 1학년 엄마들만 콕 집어 이런 고육책을 내놓는가' 싶은 생각이 들게 했다.
사기업, 중소기업 재직자들 사이에선 "엄마가 공무원이 아니라서 미안해"라는 푸념이 터져나왔고, "10시 출근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학교 돌봄교실이나 100% 수용해 달라"는 냉소 섞인 외침은 곧 실현 불가능한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이제 입학은 열흘도 채 남지 않았는데 기대만 잔뜩 안겨주고 언제부터 어떻게 적용할지, 가능은 한 일인지 가늠조차 안되는 정책은 또다시 나중을 기약해야 할 처지다. 아니 그마저도 차츰차츰 공기업에서 사기업으로, 다시 우리 사회 전반으로, 1학년 뿐 아니라 돌봄이 필요한 모든 아이들에게로 확산될 수 있다면 그래도 기다릴 수 있다.
"어머님, 매일 방과후수업 하나씩 받고 있으면 제가 시간 맞춰 데려갈게요." 초등학교 정문에서 아이들을 직접 인솔해 태워갈테니 걱정 말라는 태권도장 차량기사님의 말 한마디가 아직은 멀어 보이는 4∼5가지 정부 정책보다 오히려 위로가 된다.
조인경 사회부 차장 ikjo@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아빠는 직장 잃을 위기에 놓였다…한국 삼킨 초저...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