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로 피해를 입고 있는 한 입주기업의 대표는 큰 한숨을 내쉬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컸다. 이번에도 북핵 문제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지켜만 봐야 하는 분위기가 됐다.
개성공단에 남겨 둔 시설물이 그대로 잘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도 국민 정서를 생각하면 말도 꺼내기 힘들다. 이 난국에 방북이나 개성공단 재가동 얘기를 꺼내는 건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꽤 많을 것이란 걱정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은 북핵과 미사일 도발을 문제 삼아 개성공단 재가동을 막고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장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성공단 재가동은 명백한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그런 정책을 추구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개성공단 재가동 여부는 정치와 분리해서 판단해야할 경제 이슈다. 각계 전문가들이 정경분리 원칙은 남북한이 경제통일의 길로 나아가는데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같은 맥락이다. 남북한 통합의 상징이기도 하다.
개성공단을 오고 가던 한 중소기업 대표는 이름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그의 이름은 '김정일'이다. 검문검색을 하던 북한측 경비원이 "훌륭한 이름을 갖고 있다"며 통행에 편의를 봐줬다고 했다. 그 또한 공단에 들를 때 담배 한 보루로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들에게 개성공단은 한 민족간 '정(情)'을 나누는 장소였다. 미래의 성공적인 통일경제를 이뤄내기 위해 지키고 더욱 발전시켜야 할 곳이다. 전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한지 1년 3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입주기업 피해는 1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새정부가 하루 빨리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 개성공단이 더 이상 글로벌 정치 상황의 희생물이 되서는 안된다.
김대섭 산업2부 차장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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