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에 대한 투자 이어져야
최근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한 대학 교수의 말이다. 2017년 노벨물리학상은 라이고(LIGO) 검출기 등을 통해 중력파를 발견한 라이너 바이스 교수 등에게 돌아갔다. 바이스 교수 등은 1960년대부터 중력파를 연구해 왔다. 중력파가 발견됐다고 우리 인류의 삶이 획기적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 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중력파 연구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젠 떠나야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하며 살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만난 국내 기초과학연구자는 이 같이 말하고 연구소를 떠났다. 그는 최대 5년만 연구할 수 있는 비정규직에다 관련 연구사업도 예산지원이 확대되지 않으면서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그는 외국 연구소로 가든지, 아니면 다른 일을 찾아볼 것이라고 씁쓸한 웃음을 머금었다.
기획재정부와 합의를 끝낸 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에서 안건을 논의 중이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반대하면서 개정안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R&D 예타를 하겠다는 것은 지금보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것이다. R&D 예타는 사회간접자본 등 다른 분야와 달리 특수성이 있다. 경제적 이익으로만 따질 수 없다. 2014~2015년 기초와 원천연구개발의 예타 통과율은 고작 25%에 머물렀다. 지금의 예타 시스템이 경제적 효과에만 주목한 나머지 기초과학분야는 통과조차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기정통부가 R&D 예타 권한을 가져온다고 다 잘될 것으로 판단되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보다는 훨씬 합리적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노벨상의 상념'을 떠올리기 전에 기초과학을 맘껏 연구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 주는 것이 우선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한 연구에 정부의 지원은 물론 관심조차 두지 않는 상황에서 '노벨상'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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