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이슬람 국가 터키를 찾으며 한 가지 오해를 가슴에 담고 있었다. 여성은 히잡을 쓰고 남성 권위주의 시대 속에서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삶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일종의 편견.
그러고 보니 터키는 탄수 칠레르라는 첫 여성 수상을 이미 배출했다.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는 메가와티 여사가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했고 파키스탄에선 베나지르 부토 여사가 두 번씩이나 수상에 당선됐다.
최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여성 인력들의 우수성을 강조하며 여성도 CEO가 되라고 격려했다. 이미 십여년 전부터 지속돼 온 이 회장의 경영철학이기도 한데 새삼 뜨거운 주목을 받은 것은 그동안 너무나 더디게 변하고 있는 남여차별의식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여성 CEO를 맞을 준비가 돼 있는가'라는 질문에 사회 전체가 '노(NO)'라고 대답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삼성을 비롯,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여성 CEO는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이 격려한 것처럼 '역량을 맘껏 펼칠 수 있는 성공적인 여성 CEO'의 탄생은 '차별과 차이'에 대한 근원적인 인식전환이 수반돼야 가능하다.
대ㆍ중기업의 상생과 함께 남여의 동반성장의식 강화가 절실하다.
터키는 18세 이하 인구가 36.5%다. 한국의 유소년 인구 비율은 16.2%다. 역동적인 미래 경제활동인구비중이 터키의 절반도 안되는데 히잡을 쓴 터키여성보다 한국여성에 대한 '유리천장'이 더 단단해 보이는 것은 사회구조적 모순이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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