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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초등학교 예비소집도 늦다

최종수정 2018.01.08 10:18 기사입력 2018.01.08 10:18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8살 아이들이 처음으로 교문을 들어선다. 유치원에선 의젓한 '형아반'이었는데 학교에선 다시 막내가 됐다며 자기들끼리 재잘댄다. 앞으로 공부하게 될 교실을 둘러보는 두 눈은 호기심 반, 긴장감 반으로 반짝인다. "마냥 아기인 줄 알았는데 벌써 학교에 간다니…" 첫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엄마, 아빠가 오히려 더 설레어한다.

사실 초등학교 예비소집일엔 학부모가 간단한 입학서류(취학통지서)를 제출하고 학교에선 몇 가지 학교생활 안내 자료를 나눠줄 뿐 특별한 행사가 있는 건 아니다. 사정이 있으면 아이가 함께 오지 못할 수도 있고, 부모마저 잠시 들를 여유가 없다면 학교에 연락해 왜 오지 못했는지를 설명한 뒤 3월에 정상적으로 입학할 것인지 의사를 밝히면 된다.

그런데 요즘엔 이 예비소집이 매우 중요해졌다. 재작년 초 계모의 학대를 받다 숨진 '원영이 사건' 이후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사회문제가 되자 교육 당국이 취학 연령대 아이들에 대한 소재 파악과 관리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교육부가 처음으로 예비소집에 참석하지 않은 아동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경찰이 추적에 나서면서 수년 전 아동을 유기하거나 살해한 사건들의 전모가 드러나 국민들을 경악하게 했다. 부모가 사이비 종교나 무속신앙에 빠져 자녀를 숨지게 한 경우가 2건이나 있었고, 아이를 낳고 출생신고까지 했으나 키우기 어렵다는 이유로 내다 버린 바람에 보육원 등에서 새로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받아 살아온 아이들이 뒤늦게 확인되기도 했다. 위장결혼을 위해, 또는 육아휴직 수당을 받으려고 낳지도 않은 아이를 허위로 출생신고한 사례는 그나마 실존하지 않는 아이인지라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거액의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부모와 잠적한 한 아이는 이제 6학년에 올라갈 나이가 되도록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다. 7년 전 갓난아이를 모르는 사람에게 줘버렸다고 주장하는 아버지는 실형을 받았지만 아이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
정부는 예비소집에 빠진 아이부터 국가 차원에서 철저히 관리하고 학대나 방임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 노력과 의지는 가상하지만 이 또한 뒤늦은 확인에 그칠 뿐이다. 보건복지부가 아직 학교에 갈 나이가 아닌 취학전 아동들에 대한 안전까지 파악하겠다며 예방접종이나 건강검진 기록이 없는 아이, 어린이집 장기결석자 등 6000여명의 행적을 추적했지만 그마저도 보육시설에 다니지 않는 아동은 파악할 길이 없고, 현실적인 강제력도 없었다.

8일 서울 지역 공립 초등학교들이 일제히 예비소집을 가졌다. 부디 올해는 아이들의 생사를 추적하고 확인해야 한다는 뉴스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태어난 모든 아이들이 최소한의 안전과 안위를 보장받을 수 있는 더욱 촘촘한 사회적 보호ㆍ관리 시스템도 하루 빨리 마련돼야 한다. 친아버지 손에 시신으로 버려진 다섯 살 준희, 친부모의 방치로 화마에 목숨을 잃은 삼 남매 모두 사랑만 받아도 모자를, 너무나 어린 아이들이었다.

조인경 사회부 차장 ikjo@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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