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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단일팀, 南北 체육교류의 밑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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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1964년 도쿄 하계올림픽에 출전한 독일은 축구 동메달을 땄다. 앞서 두번의 올림픽에 이어 동독과 서독이 연합선수단을 꾸려 참가한 세번째 대회였다. 겉으론 단일팀이었는데 실제 올림픽 축구 경기에 뛸 팀은 지역예선 전에 동독과 서독이 겨뤄 이긴 팀을 내보내는 방식으로 정했다. 도쿄올림픽에선 사실상 국가대표였던 동독팀이 서독을 이기고 본선에 진출했고 3위까지 올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독일의 동메달로 기록하고 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은 동독(German Democratic Republic)의 성적으로 치는 것도 이처럼 분단국가라는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다.

닷새를 남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은 누구 못지 않게 주목을 받았다. 올림픽 역사에서 첫 남북 단일팀을 꾸리기 위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전방위로 직접 나섰다. 한 IOC 위원은 단일팀을 일컬어 노벨평화상감이라고 했다. 평화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이 단일팀을 통해 오롯이 구현됐다는 뜻일 테다. 선수들간 호흡이 중요한 단체종목에서 분단국가의 선수가 하나로 뭉쳐 팀을 구성한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진전이란 얘기다.
20세기 중반의 독일 연합선수단은 화합이라는 명분보다는 서슬퍼런 냉전의 산물에 가깝다. 소련을 포함한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가 올림픽 같은 국제대회를 체제선전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한 측면이 강했기 때문이다. 당시 동독은 IOC에 가입하지 못했던 터라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선 서독과 연합선수단을 꾸릴 수밖에 없었다. 동서독 단일팀은 동독의 IOC 가입을 위한 사전절차였던 셈이다. 동독이 따로 올림픽에 나갈 수 있게 된 1964년 이후 올림픽부터는 동ㆍ서독이 따로 대회에 나왔다. 이번 남북 단일팀이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구현했다고 치켜세우는 것도 그래서다.

실력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한 팀을 꾸려 손발을 맞췄고, 남북의 최고위급 위정자가 한곳에서 한 팀을 응원한 것만으로도 그간 얼어붙었던 한반도 지형을 녹이는 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 정치권력이 스포츠에 끼어들어 애먼 선수들만 피해를 입었다고 불평하는 이도 있지만 이번에 올림픽 단일팀이 꾸려지면서 선수 개개인에게도 적지 않은 급부와 소중한 경험이 쌓였을 것이라고 나는 본다. 정부가 비판받아야 할 지점은 단순히 우리 선수를 희생해 단일팀을 구성했다는 게 아니라 지난해 중순 단일팀 논의가 불거진 이후에도 당사자인 선수들이나 아이스하키협회와 아무런 논의가 없었던 점이어야 한다. 체육정책을 총괄하는 문체부장관의 말마따나 IOC와 협의과정이 어땠는지를 제대로 알리지 못한 게 잘못은 아니란 얘기다. 체육계의 한 인사는 이번에 단일팀을 꾸리는 과정을 보면서 "정부가 그만큼 체육계를 우습게 안다는 뜻"이라며 씁쓸해했다.

남북단일팀은 비록 순위결정전을 포함해 이번 올림픽에서 단 한번도 이기지 못하고 세계무대의 벽이 높다는 걸 뼈저리게 절감해야했다. 그러나 스포츠란 게 본디 상대를 이겨 올라서는 게 전부가 아니라 함께 몸을 부딪히고 같은 호흡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도 알려줬다. 이기는 게 그리 중요하면 프로 경기를 보면 된다.
올림픽이 끝나면 흩어지겠지만 단일팀의 경험은 향후 이어질 남북 체육교류의 밑거름이 돼야 한다. 과거 동ㆍ서독 분단시기에도 민간 차원의 스포츠교류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활발했다. 독일 통일에 스포츠가 얼만큼 기여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긴장을 누그러뜨리고 이질감을 해소하는 데는 쏠쏠했다. 스포츠 자체가 갖는 경쟁적 특성과 함께 경쟁을 통해 얼굴을 맞대고 상대를 인정한다는 함의가 깔려있기 때문일 테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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