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를 남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은 누구 못지 않게 주목을 받았다. 올림픽 역사에서 첫 남북 단일팀을 꾸리기 위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전방위로 직접 나섰다. 한 IOC 위원은 단일팀을 일컬어 노벨평화상감이라고 했다. 평화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이 단일팀을 통해 오롯이 구현됐다는 뜻일 테다. 선수들간 호흡이 중요한 단체종목에서 분단국가의 선수가 하나로 뭉쳐 팀을 구성한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진전이란 얘기다.
실력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한 팀을 꾸려 손발을 맞췄고, 남북의 최고위급 위정자가 한곳에서 한 팀을 응원한 것만으로도 그간 얼어붙었던 한반도 지형을 녹이는 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 정치권력이 스포츠에 끼어들어 애먼 선수들만 피해를 입었다고 불평하는 이도 있지만 이번에 올림픽 단일팀이 꾸려지면서 선수 개개인에게도 적지 않은 급부와 소중한 경험이 쌓였을 것이라고 나는 본다. 정부가 비판받아야 할 지점은 단순히 우리 선수를 희생해 단일팀을 구성했다는 게 아니라 지난해 중순 단일팀 논의가 불거진 이후에도 당사자인 선수들이나 아이스하키협회와 아무런 논의가 없었던 점이어야 한다. 체육정책을 총괄하는 문체부장관의 말마따나 IOC와 협의과정이 어땠는지를 제대로 알리지 못한 게 잘못은 아니란 얘기다. 체육계의 한 인사는 이번에 단일팀을 꾸리는 과정을 보면서 "정부가 그만큼 체육계를 우습게 안다는 뜻"이라며 씁쓸해했다.
남북단일팀은 비록 순위결정전을 포함해 이번 올림픽에서 단 한번도 이기지 못하고 세계무대의 벽이 높다는 걸 뼈저리게 절감해야했다. 그러나 스포츠란 게 본디 상대를 이겨 올라서는 게 전부가 아니라 함께 몸을 부딪히고 같은 호흡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도 알려줬다. 이기는 게 그리 중요하면 프로 경기를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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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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