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학 혹은 뇌 과학이란 신경계의 복잡한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는 것이다. 시각, 촉각, 미각 등의 감각에서부터 운동, 학습과 기억, 정서, 의식 및 수면, 호르몬 및 자율신경계 조절 등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수많은 기능이 연구 대상이다. 뇌 연구의 중요성은 신경계 기능 이상에 기인한 여러 질병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치매, 파킨슨 병, 뇌졸중, 수면장애, 정신과 질환, 다발성 뇌경색, 그리고 만성통증 등이 신경계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이다.
여타 과학기술 분야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뇌 연구의 역사는 그리 깊지 않다. 1960년대 말경 초창기 신경과학자들이 신경세포에서 활동전압을 측정했던 것을 그 시초로 볼 수 있지만,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지는 않다가 1990년대 이후 해외 유학을 다녀온 몇몇 과학자들에 의해 신경세포 생물학으로부터 분자신경생물학, 신경생리학 및 신경약리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뇌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2011년 한국뇌연구원이 설립되고, KIST 뇌과학연구소가 전문연구소로 발족해 구심점 역할을 담당하면서 국내 뇌 연구 역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같이 짧은 역사를 감안할 때 현재 국내 뇌연구 분야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학이나 연구소의 많은 과학자들이 이른바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에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등 선진국의 연구자들과 비교해 조금도 뒤처지지 않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 선진국과 비교할 때 아직 부족한 부분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연구인력의 규모이다. 국내에서 실질적으로 뇌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는 최대 500명을 넘지 않는다. 물론 이 정도 연구인력 규모도 과거에 비해 증가한 것이지만, 국내 타 연구분야 또는 선진국의 뇌 연구인력 규모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일찍이 뇌 연구의 중요성을 인지한 선진국들은 다양한 슬로건 하에 국가 차원의 뇌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6년 미래부 주도로 ‘국가 뇌 연구 발전전략’이 수립되어 뇌지도 관련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대대적인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은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서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뇌 연구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보다는 긴 호흡으로 지켜보는 인내심이 다른 어떤 분야보다 더욱 필요한 연구분야이고, 그러한 장기간의 연구를 수행해 나가기 위해서는 미래세대의 연구인력을 양성하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우수한 학생들이 자신의 장래희망을 ‘뇌 과학자’라고 쓸 수 있어야 우리나라의 뇌 연구 경쟁력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오우택 KIST 뇌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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