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의원의 불출마로 인해 민주당은 다양한 후보군이라는 이념 스펙트럼을 잃게 됐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모두 진보적 색채가 강하다. 일부에서는 이 시장을 진보, 문 전 대표를 중도, 안 지사는 보수 성향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안 지사가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며 기존 진보 진영과 차별성을 부각하고 있지만, 진보진영의 철학 내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비해 김 의원은 중도개혁 성향으로 민주당의 이념 지형을 진보에서 중도로 넓히는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김 의원이 불출마를 결정함에 따라 민주당 대선 경선은 기본적으로 진보 성향을 가진 후보 간의대결 지형에서 출발하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김 의원은 그동안 탄핵 정국에서 개헌, 야권공동정부 등 촛불 이후 촛불 민의를 어떻게 관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제들을 주도적으로 제시하며 쓴소리꾼을 자처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같은 목소리를 낼 대선 주자 역시 사라졌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높다 보니 개헌이나 연립정부와 같은 '어떻게 앞으로 할지'에 대한 의제들이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김 의원이) 이 부분을 주장했다"면서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인수위도 없는 상태에서 (현재대로 간다면) 준비부족이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김 의원은 촛불 민의의 완성은 개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일종의 별도 의도를 갖춘 꼼수로 받아들여지면서 여론의 외면을 받았다.
민주당 대선 경선도 결선 없이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조기 탄핵이 결정될 경우 민주당은 최대 4회의 순회경선으로 진행되는 경선 일정을 치를 계획이다. 과거 10여 차례 있었던 경선을 통해 엎치락뒤치락하던 경선과는 다른 선거가 예상된다. 특히 문 전 대표가 압도적인 상황에서 민주당 대선 경선의 최대 흥행 포인트는 결선투표 여부였다. 하지만 김 의원의 불출마로 인해 문 전 대표의 과반 득표 저지는 안 지사, 이 시장 등의 몫으로 남게 됐다. 결선 투표 가능성이 낮아짐에 따라 후보 간 대결 구도는 더욱 첨예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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