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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論단弄단] 나는 '한글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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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진찬 사회비평가

마진찬 사회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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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글러’다. 여기서 한글이란 말을 적는 수단인 문자를 뜻하며 ‘한국말’ 혹은 ‘우리말’과는 구별된다. 즉, ‘saranghanda’는 영어 알파벳으로 쓰였지만 우리말이고 ‘아이 러브 유’는 한글로 쓰였지만 영어다. ‘한글러’란 우리말을 애용하자가 아니고 한글로 표기하자는 것이다.

나는 우리 언어에 더 많은 외국어/외래어가 들어와서 자리를 잡기를 바란다. 편하고 이해하기 좋은 우리말로 번역하여 쓰면 더 좋겠지만 그러기 힘든 경우에 외국의 개념을 가져다 쓰는 것이 문제될 것은 없을 것이며 설령 우리말이 있다고 해도 예를 들어 느낌과 필링과 뉘앙스는 문맥에 따라 조금씩 느낌 혹은 필링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류의 외래어를 쓴다고 타박할 일은 아니다. 다만 그것을 표기할 때 굳이 오리지날 언어 표기를 써야 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젠트리피케이션을 쓰면서 꼭 괄호안에 gentrification이라고 써야 직성이 풀리는 걸까? 이는 한자어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한자어의 경우는 동음이의어가 많아 한자표기(단독이든 병행이든)가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아주 예외다. 이를테면 ‘3연패’란 단어의 뜻은 문맥이 없으면 세번 연속 졌다는 뜻인지 세번 연속 우승을 했다는 건지 구별이 안 되지만 문맥 속에서는 쉽게 구별된다. 3연패를 당했다와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라는 문장에서 3연패란 어휘의 뜻을 헛갈릴 사람은 없을 것이다. WTO와 같은 경우까지 한글로 쓰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며, 또한 인터넷 블로그 같은 개인의 사적 영역에서까지 한글쓰기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적 영역에서는 개인이나 집단의 취향과는 무관하게 한글쓰기의 원칙이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

고척동에 가면 돔구장이 있다. 스카이돔이다. 정문에 큼지막하고 자랑스럽게 ‘SKYDOME’이라고 쓰여 있고 그 밑에 차마 부끄럽다는 듯이, 한글이라는 저급한 문자로 꼭 써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작은 크기로 ‘스카이돔’이라고 쓰여 있다. 이런 식의 주객전도는 하늘에 떠 있는 별의 개수만큼 예를 들 수 있다.
얼마 전 부천시에서 공무원 등에게 주는 메달을 본 적이 있는데 BUCHEON과 富川市라는 표기만 있을 뿐이었다. 히라가나를 알지 못하면 가게 이름을 알 수도 없는 이자카야가 한둘이 아니다. 가게 안의 메뉴가 영어로 되어 있든 히라가나로 되어 있든 그건 상관할 바가 아니다.

자신들의 고급 취향을 표현하기에 한글은 너무 저급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국가가 강제로 한글을 쓰라고 요구할 권리는 없다. 그러나 간판은 전혀 별개 문제다. 길거리에서 보이는 간판은 비록 개인의 소유물이지만 어디까지나 공적 영역에 속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국가와 사회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
파리 상제리제에 맥도날드 가게가 하나 있는데 세계에서 유일하게 맥도날드의 그 유명한 샛노란색 M자 간판이 없는 곳이다. 파리시에서 샛노란색이 상제리제의 칸셉에 맞지 않다면서 불허했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간판의 표기를 한글로 바꿔야 하며 오리지날 알파벳 표기는 한글크기의 1/4 크기로 제한해야 한다고 본다. 토오쿄오나 상하이에서 외국 알파벳으로 표기된 가게를 찾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 길거리의 간판은 가히 광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기관이 나서서 한글을 저리도 천시하는 마당에 놀랄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마진찬 사회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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