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고, 나는 매일 늙어간다. 이렇게 키운 아이는 장차 무엇이 될까. 나의 영혼, 나의 육신, 나의 재물을 집어삼키며 자란 것이 도로 내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강남 엄마'였던 이진주 씨(37)는 이른바 '교육이민자'다. 큰 아들 '소구리(애칭)'가 지능 상위 0.1% 영재 판정을 받자, 삶의 터전을 제주도로 옮겼다. 그리고 제주국제학교에 입학시켰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쟁에 매몰된 강남 한복판에 아들의 유년을 빼앗기고 싶지 않아서다. '소구리'를 영재학원-특목고-명문대라는 경쟁 사이클에, 신동이라는 늪에, 소년급제의 함정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
이진주 씨는 최근 펴낸 책 '특별한 아이에서 행복한 아이로'에서 "내가 겪었던 20세기의 학교는 지옥이었다"며 "시험 점수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고, 내일을 위해 오늘을 저당 잡히며 살았다"고 했다. 부부는 지옥에서 살아남았지만 "행복하지 않았던 십수년 의 기억은 오래도록 우리를 따라다녔다"고 했다. "나는 아이가 나보다 뛰어난 무언가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나와는 다른 인생을 살기를 원한다."
2012년 9월, 돌도 지나지 않은 막내아들까지 네 식구가 제주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제주국제학교는 강남의 학교와는 달랐다. 수학과 영어에 과도하게 집중하지 않는다. 대신 몸으로 느끼는 교육이 많다. 축구와 수영, 춤을 배우는 체육시간은 물론 태권도, 야구, 배구, 농구, 럭비 등 방과후 시간까지. 학교생활에 별 흥미가 없던 아이가 변했다. 아무도 깨우지 않아도 오전 6시에 벌떡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한다. 선생님을 마음으로 존경하고, 숙제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제 힘으로 해낸다.
"아이는 차라리 지금 실수하고, 지금 주저앉고, 지금 놀라고, 지금 절망하는 것이 앞으로의 긴 인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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