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 현실을 여러모로 비판하는 가운데 나온 말이다. 교황은 "오늘날 배제와 불평등의 경제에 대해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해야 한다"며 "그런 경제가 사람을 죽이고 있다"고 했다. "고대의 황금송아지 숭배가 돈 숭배와 인간적 목적을 결여한 비인격적 경제의 독재라는 새로운 가면을 쓰고 되살아났다"고 했다.
가톨릭은 122년 전인 1891년 교황 레오 13세가 '새로운 사태(레룸 노바룸)'라는 제목의 '교황회칙'을 통해 계급적대 등 사회주의 이론을 반박하고 사유재산제를 옹호하면서 노동과 자본 간 조화로운 관계를 설교한 이래 입장을 바꾼 적이 없다. 이번 '교황권고'에도 자본주의 자체나 사유재산제를 거부한 것으로 해석될 만한 말은 한마디도 들어있지 않다.
보다 흥미로운 것은 인기 있는 경제학 교과서 '맨큐의 경제학'의 저자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의 반박이다. 맨큐는 블로그를 통해 "역사를 통틀어 자유시장 자본주의는 경제성장의 큰 동력이었고, 경제성장은 보다 도덕적인 사회의 동인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낙수효과는 이론이 아니라 좌파가 자신들이 반대하는 관점을 경멸적으로 부르는 말이며, 우파가 좌파의 이론을 '부자 짜내기'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립하는 의견 간의 개방적 토론을 격려하기보다 경멸어를 사용하는 교황을 보게 되어 유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때도 그는 퇴장한 학생들을 비롯한 점령 시위자들의 주장을 "진지한 분석이나 명료한 정책처방 없이 기존질서에 반대만 하는 상투적 주장들의 잡탕바구니"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너도나도 성적표와 이력서 광내기에 몰두하는 세태 속에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자기만의 협소한 관심사를 넘어 사고하려는 자세"를 칭찬하는 여유는 보였다.
어쨌든 맨큐가 굳이 반박하고 나섬으로써 '낙수효과'가 주류경제학 측에서 듣기에 매우 거북한 말임을 자인한 셈이 됐다. 낙수효과를 다시 정리하면, 대기업이나 부자에게 조세감면 등 경제적 유인이나 혜택을 주어 돈을 더 많이 벌게 해주면 경제 전체도 성장해서 중소기업이나 중저소득계층의 형편도 나아지게 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요즘 우리나라 경제가 이 가설을 뒷받침할까? 부자감세에 따른 소득증가 효과를 직접 누리는 계층을 빼고는 고개를 갸웃거릴 것 같다.
이주명 논설위원 cm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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