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DMZ에 매설한 지뢰폭발사건 이후 우리 군의 경계소홀에 대한 질타가 거세지자 군 관계자들이 잇달아 내놓은 변명들이다. 국방부는 북한군의 지뢰매설을 탐지하지 못한 것은 험준한 지형과 여름철이면 무성해지는 수목, 빈발하는 운무 등 악천후 탓에 CCTV는 물론 열상감시장비(TOD)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변명은 국방부가 2012년의 '노크귀순'이나 지난해의 '대기귀순' 등 유사사건 때도 되풀이했던 것이다.
휴전선 전역을 개미 한 마리도 넘나들지 못하도록 감시하기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국방부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155마일 휴전선은 일부 서부전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산악지역이어서 도보순찰 경계가 어려운 데다 우리 군이 보유한 TOD가 일기가 불순한 경우에는 거의 무용지물이 된다는 사실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DMZ가 설치된 지 60년이 넘었는데도 수시로 경계망이 뚫리는 현실은 아무리 양보해도 납득하기 어렵다.
DMZ는 휴전당시에는 남북방한계선에만 철책이 쳐져 있었으나 북한군이 1970년대 북방한계선을 대폭 남진시키고 DMZ 내부에도 곳곳에 초소를 설치하자 우리도 이에 맞대응해 남방한계선을 일부 전진시키고 감시초소(GP)와 추진철책을 설치했다. 그러니까 남북이 현 상태로 사실상 이중 삼중의 철책을 설치하는 등 철벽에 가까운 경계태세로 맞서온 지 벌써 반세기가 된 셈이다. 그런데도 매년 철책선이 뚫리는 사태가 반복돼온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현대는 첨단전자시대다. 인공위성으로 지상위의 타이어 자국까지도 구별할 수 있는 시대다. 국방부가 성능저하를 지적하는 TOD의 경우도 이스라엘 등이 개발한 '단파장 적외선(SWIR) 열상장비'는 악천후에도 제기능을 하는 등 획기적인 성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방부는 올해에만도 국가예산의 10%인 37조여원을 사용하는 등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무기 현대화와 경계력 강화에 힘썼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휴전선 경계장비에는 상대적으로 예산투입이 소홀했다. 철책선 근무 장병 대부분이 사회 고위층 자제가 아닌 아무런 빽도 없는 '어둠의 자식들'이어서 전방 경계망 구축에 소홀했을 것이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의 무책임한 말들을 믿고 싶지는 않다.
맥아더 장군은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고 갈파했다. 국방부는 이제 더 이상 진부한 변명을 둘러대지 말고 휴전선 경계의 철벽화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매번 휴전선 철조망이 숭숭 뚫리는 현실이 얼마나 한심했으면 얼마 전 어떤 국방전문가가 '차라리 개에게 전방을 맡기자'고까지 했을까.
윤승용 서울시 중부기술교육원장, 전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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