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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용 칼럼] 국가대개조, 청와대 구조부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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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대한민국호의 총체적 난맥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정부와 사회 전반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비롯 관피아의 적폐, 청와대와 해양경찰청 등 행정부의 비상시 위기조치 대응 미숙 등 숱한 문제점이 불거졌다. 하지만 최근 국회 국정조사과정에서 드러난 사고 당일의 청와대의 대처 상황은 이러한 제반 사안보다 더 심각한 본질적인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최근 국회운영위원회의 대통령 비서실 업무보고와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기관보고에서 확인된 사실을 종합해서 재구성한 사고 당일인 4월16일 청와대의 상황 파악 일지는 다음과 같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오전 9시19분 YTN 속보 보고 처음 인지. 9시20분 해경에 전화해서 확인 ▲오전 10시 국가안보실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서면보고 ▲오전 10시15분 대통령에게 유선보고 ▲5시 대통령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할 때까지 7번 보고. 하지만 직접 대면보고는 없었음.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당일 대면보고는커녕 대통령과 비서실 참모들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실질적 대화와 토론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필자가 보기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 같은 사태가 발행한 원인이 짐작이 가긴 한다. 먼저 박근혜 대통령의 캐릭터가 한 원인일 수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대통령은 대면보고보다 서류보고를 선호한다고 한다. 청와대의 분위기를 잘 아는 이들의 전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서류로 깔끔하게 정리된 보고를 즐겨하는 편이라고 한다. 관저로 퇴근 후에도 서류 더미를 들고 가 밤 늦게까지 살펴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청와대의 물리적 구조다. 청와대 건물은 대통령이 거처하는 관저, 집무하는 본관, 비서동, 경호처동, 영빈관, 춘추관 등으로 구성돼있다. 대통령의 사적 공간인 관저가 북악산 제일 안쪽에 위치하는데 이는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공적 집무 공간인 본관이 참모들이 근무하는 비서동(위민관)과 500여m 격리돼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대통령은 웅장한 규모의 본관에서 10여명의 부속실 직원들과 함께 어쩌면 다소 외롭게 집무한다. 참모들의 경우 수석급들은 본관 보고 시나 대통령의 호출 시에 차량으로 이동하고 비서관급들은 종종 걸음으로 올라가야만 한다. 그래도 10여분 이상이 소요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통령과 참모들이 수시로 머리를 맞대고 국정을 논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본관과 비서동의 물리적 격리현상은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를 개축하면서 비롯됐다. 이로 인해 대통령의 고립과 소통의 비효율성이 수차례 지적됐다. 과거 대통령 선거 때마다 청와대 이전이나 집무실 리모델링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정작 취임 후에는 유야무야됐다.

박근혜정부도 인수위원회 시절 청와대 공간 재배치 방안을 논의해 대통령 집무실과 참모들의 사무실을 한 건물로 합쳐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역시 취임 후 후속조치는 종무소식이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문제점의 해결을 위해 공간 재배치를 시도했지만 예산문제로 단념한 대신 비서동에 간이집무실을 만들어 종종 이용했다. 이명박 정부 이후로는 이 간이집무실도 사실상 무용지물이라고 한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건 이후 '국가대개조'를 강조 중이다. 국가대개조 혹은 대혁신의 첫걸음은 권력의 핵인 청와대의 형식과 내용을 개조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과거 천막 당사로 당의 위기를 극복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집무실의 효율적 리모델링에 나서야 한다. 미국 정치드라마 '웨스트윙'에서 나오는 장면처럼 대통령과 비서들이 수시로 커피잔을 들고 데스크에 걸터앉아 현안을 논하는 장면을 청와대에서도 보고 싶다.





윤승용 논설위원 yoon673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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