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스커트에 하이힐은 그 자체만으로도 여름거리의 평균연령을 크게 낮추는 상큼한 조합이다. 여성성과 관능미를 상징하는 하이힐의 진화과정은 치마 길이가 짧아졌던 과정과 대체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한 뼘 남짓한 스커트에 하이힐 차림의 도발적인 워킹이야말로 언제든지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신무기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실제로 동료와 취중 몸싸움 도중에 하이힐로 폭행하여 세간에 화제로 떠올랐던 어느 여장학사의 무용담을 보자. 그날 저녁 경찰의 단순한 폭행사건 조사과정에서 홧김에 동료에게 승진을 부탁하며 2000만 원을 준 2년 전의 거래를 폭로해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내부고발로 신고자의 범죄가 드러나도 신고자에 대해서는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하고 공공기관의 징계 처분에 대해서도 같은 규정을 준용토록 한 부패방지법 덕분에, 그녀는 조사만 받고 여태 신분상 불이익을 받지 않고 있었다.
교직매매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 서울시 교육감과 전ㆍ현직 인사담당자들의 비리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배경에도 바로 이 여성장학사의 하이힐 거사가 단초였다. 서울교육청은 그동안 자신들의 비리를 폭로하고도 내부고발자로 승격한 이 장학사의 처리를 두고 얼마나 속을 앓았으랴.
최근에도 지방의 한 교육감 당선자가 자신의 사무실로 돈 봉투를 들고 왔던 교육청 간부들이 여럿 있었다고 폭로할 정도로 교육청의 상납비리는 근무지에 상관없이 오래된 관행이었음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극소수겠지만 이제 선생들이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 거액을 주는 경우가 있었다는 현실을 알게 된 학생들. 그 학생들이 받아든 성적표는 과연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까?
화장실문화가 정착되기 전의 17세기 프랑스에서 밤새 거리에 던진 오물을 밟지 않기 위해 굽 높은 신을 신은 것이 하이힐의 기원이라고 한다. 그런 기능면에서 보면 비리도 일종의 사회적 오물이니, 21세기 한국 땅에서도 하이힐은 여성장학사를 통해서 변형된 방식으로 역할을 수행했던 셈이다.
하이힐은 여성의 눈높이와 자존심을 높여주기도 한다. 그 굽만큼 여성들의 사회,경제적 위상이 높아졌으니, 보호 대상이던 여성들의 존재가 도리어 공격을 당할 위치로 노출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무더운 계절이라 여차하면 하이힐을 벗어들 일이 더 많아질지도 모른다.
'하이힐 폭행'사건을 빌미로 여장학사들의 하이힐 착용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서울교육청의 이성에서 조금은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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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우 시사평론가 pdik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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