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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견 동덕여대 
패션디자인학과 명예교수

송명견 동덕여대 패션디자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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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인간에게 사랑을 선물하시고, 성적 교류를 통해 사랑의 절정을 맛보게 하셨으며, '자손'이라는 열매를 증거로 남기도록 하신 것 같다. 아무리 부부라 할지라도 '사랑'이 없는 육체관계는 범죄일 수 있다. 이 성스러운 그리고 행복한 선물이 강자의 욕정에 의해 더럽혀지고 불행으로 몰아넣는 아픈 역사를 만들어내고 말았다.

조선조 성종은 성군으로 분류되는 왕이다. 그러나 백성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들의 삶을 긴 긴 세월 동안 망가뜨렸다는 점에서 결코 고운 시선을 보낼 수 없게 된다. 초기 조선의 기강을 성리학으로 바로 세우려 했던 점은 이해되나 하나의 인간으로서의 '여성'이 그의 안중에 없었던 점이 너무나도 아쉽기 때문이다.
성종(1477년)은 무려 46명의 대신 중 42명이 반대한, 여인의 재혼 금지를 왕의 전지(傳旨)로 입법화 해버리고 말았다. 바로 이 나라 '미투'의 씨앗이 뿌려진 것이었다. 신료들은 "어려서 과부가 되어 수절(守節)하고 싶어도 추위와 배고픔에 못 이겨 부득이 수절하지 못하는 자가 있으니 세 번 혼인하는 것 외에는 논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라고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더욱 악랄한 것은 재혼한 부녀자 자신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손이 문과시험에 응시할 수 없게 했다. 조선시대 유일한 관직 진출로를 막아 삶의 기반을 박탈하는 것이었다. 이는 여성 자신을 처벌하는 것보다 몇 배나 가혹한 처사였다. 어쩔 수 없이 양반층 여성의 수절은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수절해 열녀(烈女)가 되면 가문의 영광이고 세금 면제라는 실질적인 혜택도 주어졌으니 여성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재혼에 대한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점차 사회는 양반뿐 아니라 상민에게까지 재혼 금지를 강요하기에 이르렀다. 재혼 금지에 대한 논의는 이미 고려 말부터 있었다. 그러나 세 번째 혼인에 대한 규제였고 실제 실시되지도 않았다.

이 악법은 세월이 가며 더 흉해졌다. 어쩌다 불행히 성폭력을 당하면 죽음이 강요되었다. 소위 '은장도'라는 흉물로 덮쳐오는 상대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라는 것이었다. 이에 반해 남성들에게는 온갖 성희가 용납되었다. 관청에는 관기를 두었고 기생방에 자유로이 드나들었으며 능력껏 첩을 두었다. 뿐만 아니었다. 예쁘장한 계집종은 시도 때도 없이 주인 남성의 성폭력 대상이 되었다. 그렇게 수많은 여성들이 피눈물 속에 쓰러져 갔다. 재혼 금지가 풀린 것은 갑오개혁(1894년) 때였다. 장장 417년 만이다. 그러나 문서상의 법이 풀린 것뿐이었다. 수백 년의 악법이 이미 오늘날의 우리에게까지 'DNA'로 이어져 왔다. 남성들의 성편력에 대한 너그러움, 그리고 당한 여성에게 던져지는 보이지 않는 돌팔매가 그 증거다. 2009년 3월13일 장자연이 죽음으로 미투를 외쳤지만 사건은 유야무야 끝나고 말았고 현시점에서 죽을 용기로 미투를 밝혀도 2차, 3차의 가해가 난도질을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가해자는 한 사람이어도 피해자는 많다. 조선 시대 못지않은 '형벌'이 뒤따른다. 가해자의 가족도 하루아침에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 얼굴을 들 수 없으니 말이다. 오늘날의 미투는 수백 년 이어온 성학대에 대한 '사회 혁명'이다. 신체적, 사회적 강자들이 환골탈태의 심정으로 하나님이 주신 성의 선물을 지켜주었으면 한다.
송명견 동덕여대 패션디자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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