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변화의 근간엔 기업 목적에 대한 재해석이 있다. 과거 기업의 목적은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첨단 기술의 등장으로 공유가치 또는 공유경제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업과 사회가 연결된 공동체가 되고 그에 따라 소비자들은 불특정 다수와 연결되는 권력(확대된 네트워크)을 소유하게 됐다. 이러한 힘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은 이제 이윤을 창출하는 능력만을 갖춘 기업에 냉소적으로 반응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를 할 경우 이를 응징할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사회는 기업에게 이윤 창출을 넘어 '더 좋은 세상(a better world)'을 만드는데 기여하라는 미션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기업은 사회문화적 개혁의 주체가 돼야한다.
그렇다면 기업은 품격을 관리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품격경영의 출발점은 기업의 미션의 재정립이다.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를 사회와의 연결된 공동체의 관점에서 제시하고 실천해야 한다. 기업의 미션에 사회적 가치가 반영되고 이를 실천하는 의지와 진정성을 보일 때 기업의 품격이 평가된다. 품격경영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조언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둘째, 통합적인 관리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소비자들은 기업이 전개하는 모든 활동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재생산할 수 있고 그런 과정을 통해 기업의 품격은 종합적으로 평가된다. 특히 경영자의 태도와 행동은 기업의 품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경영자 층의 도덕적 해이, 갑질 등은 성공한 기업이나 경영자의 오만함에서 나온다. 성공한 기업이나 경영자는 성공을 가져다 준 소비자들에게 겸손해야 하고 그리고 그 부를 소비자에게 돌려주기 위해 다시 투자해야 한다, 사회적 가치를 향상시키는 투자와 노력은 기업과 소비자의 감정적 결합이라는 과정을 통해 이윤창출이라는 결과로 되돌아올 것이다. 소비자들은 기업이나 경영자가 하는 말이 아니라 행동을 가지고 품격을 평가함을 잊지 말자.
셋째, 정직하지 않은 기업에게 품격은 없다. 미래 사회에서 신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신뢰는 정직함에서 나온다. 행동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한가지 방법은 내가 하는 행동을 공개할 수 있느냐이다. 공개할 수 있으면 옳은 행동이고 공개하고 싶지 않으면 옳은 행동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성공한 사람이 빠지는 함정 중의 하나가 도덕적 해이이다. 자신의 행동이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될 때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최근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사건들은 모두 자신의 행동이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는 오판에서 시작되었다. 내가 하는 행동을 공개하는 원칙을 가지면 여러 가지 불편함이 예상되지만 그런 불편함을 감수할 때 기업은 더 현명한 의사결정을 하게 되고 그만큼 품격은 높아진다.
기업이 이제 충분히 이윤을 창출했기 때문에 품격관리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미래 산업에서 소비자의 정신적 가치에 소구하는 품격있는 기업만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품격경영은 미래 사회가 우리 모두에게 요구하는 시대적 소명이다.
유창조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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