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이 발표한 학교급식 실태 점검결과를 보면, 식재료 공급업체의 위생관리와 식재료 품질관리는 물론 입찰 등 유통과정, 급식회계 등 총체적인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제주도 C육가공은 매월 사업장과 운반차량 소독을 받아야 하지만, 최근 2년간 3차례만 소독을 실시하고 나머지 달에는 D소독업체로부터 소독필증을 허위로 발급받아 제주 105개 학교에 23억원어치의 식재료를 공급했다. 차량 1대 소독비는 5만원인데 비해 허위 소득필증을 받는 데에는 1만원의 뒷돈만 주면 됐다.
냉동육을 냉장육으로 속이거나 유통기간이 지난 고기도 유통됐다. E미트는 축산물공판장에서 구입한 냉동돈육 '뒷다리'제품을 절단 후 해동해 이를 다시 냉장육으로 포장해 충남지역 46개 학교에 보냈다. 학생들이 속고 먹은 고기는 5300㎏으로, 3181만원 상당이다.
충남지역 H업체는 무항생제 인증을 받지 않은 돼지고기 등심에 허위 인증 스티커를 붙였고, 충북지역 I가공은 일반 돼지를 약초 성분의 친환경사료를 먹인 돼지로 둔갑시켰다.
계모임 등 조합을 결성해 입찰담합과 대리납품을 하거나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한 입찰비리도 많았다. J유통은 경기도 하남에 가족, 친인척 명의로 3개의 페이퍼컴퍼니와 지인의 업체 등 13개 업체로 계모임을 만든 뒤 특정학교에 동시 투찰하는 방법으로 낙찰률을 높였다. 계모임 회원사들은 학교에서 위치가 가까운 업체가 공급할 수 있도록 명의를 주고 받아 수도권 71개 학교에 600억원 규모의 식재료를 대리납품했다.
광주의 K유통은 10개 페이퍼컴퍼니를 차려놓고 학교급식 전자조달 입찰에 참여해 지난해부터 72개 학교에서 86억원 상당의 식재료 공급을 낙찰받았다.
공개경쟁을 통하지 않고 수의계약을 하거나 급식비를 엉뚱하게 쓴 학교도 있었다. 인천 L고교는 3~4개 업체를 미리 지정해 그 업체들만 입찰에 응찰할 수 있도록 했고, 강원 M여고는 집단급식소 판매업 신고를 하지 않은 교내 매점과 수의계약으로 음료수를 구입했다. 경북 N초교는 원산지표시위반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없는 업체에 대해 부정당업자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6900만원 규모 수의계약을 맺기도 했다.
대구 O초교는 지난해 수익자부담금 집행잔액이 발생하자 식단변경이나 계약절차 없이 한우갈비 120만원 상당의 23㎏을 구입해 교직원에게 갈비찜을 중식으로 제공했다. 경북 P중학교는 작년 2월 교원휴게실 설치공사를 발주하면서 학교급식운영비에서 공사대금 669만원을 부당하게 지출했다.
대기업들이 영양사나 영양교사에 상품권을 제공한 의혹도 제기됐다. 4개 학교급식 제조업체는 지난 2년간 3000여개 학교에 16억원 상당의 상품권을 제공한 정황이 포착됐다. 업체들은 홍보영양사를 고용해 자사제품으로 조리한 급식용 식단사진을 찍어 보내는 영양사에게 기프트카드를 제공했다. 또 자사제품 월간 구매액이 일정금액을 넘으면 캐시백포인트나 상품권을 지급했다.
정부는 이번 점검에서 식재료 생산농가·가공·유통업체 2415개 가운데 129개 업체에서 202건의 위반사항이 적발했다. 이 가운데 입찰담합 등 45건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했고 157건은 행정처분을 진행 중이다. 또 1만2000개 학교 중 법령위반이 의심되는 274개교를 선정·점검한 결과, 471건을 적발해 382명에 대한 징계 등 절차를 밟고 있다.
오균 부패척결추진단장(국무1차장)은 "정부 합동으로 벌인 점검에서 학교급식 식재료의 생산부터 유통,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을 종합적 입체적으로 점검했다"면서 "학생들의 먹거리는 조금이라도 안전상의 허점이나 비리의 소지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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