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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고연전 ①]기쁜 우리 젊은 날, 플레이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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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연세대 정기전, 22~23일 개최
주최 학교 이름이 뒤로, 올해는 연세대 담당
경기장엔 졸업·재학생 등 2만 명 몰려, 응원전 볼거리
남성 중심·공격적 문화라는 지적에 변화 고민도

지난해 연세대와 고려대의 정기전 농구 경기장 모습[사진=김현민 기자]

지난해 연세대와 고려대의 정기전 농구 경기장 모습[사진=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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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김형민 기자] "고대의 우승은 연대 덕분, 연대가 준 우승" "연세는 석양 같아, '질 일만' 남았어…."

서울 성북구 안암동의 안암로터리와 지하철 6호선 안암역을 잇는 '참살이길'. 지난 14일에 찾아간 이곳은 붉은색 현수막이 1㎞ 남짓한 1차선 도로를 빽빽이 메우고 있었다. 연세대와의 정기전을 앞두고 고려대의 승리를 응원하는 문구였다. 참살이길에는 고려대 학생들이 이용하는 식당과 술집, 상점들이 운집해있다. 현수막은 이곳을 터전으로 하는 상인들의 후원으로 제작한다.
2017 정기전을 알리는 고려대학교 주변 현수막 문구[사진=김현민 기자]

2017 정기전을 알리는 고려대학교 주변 현수막 문구[사진=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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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학생들이 왕래하는 신촌로터리의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져주는 거 '고려'는 해볼게" "죽어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길"과 같이 연세대를 상징하는 푸른색 현수막이 줄지어 도로 위에서 나부낀다. 자존심 대결이 일찌감치 시작된 것이다.

정기전은 두 학교가 1년에 한 번씩 번갈아 주최한다. 주최 측의 이름을 뒤에 넣는다. 연세대가 주최하는 올해는 '고연전'이다. 고려대 체육위원회 관계자는 "주최 측에서 경기장 대관이나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담당한다"고 했다. 정기전 운영비는 약 10억 원으로 알려졌다.

2017 정기전을 알리는 연세대학교 주변 현수막 문구[사진=김현민 기자]

2017 정기전을 알리는 연세대학교 주변 현수막 문구[사진=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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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축제지만 각 종목의 중·고등학교 선수들도 이 경기에 대한 관심이 크다. '데상트 코리아(고려대)'와 '언더아머코리아(연세대)' 등 스포츠 전문 의류 업체도 정기전에 나가는 선수들을 후원한다. 곽지호 언더아머코리아 스포츠마케팅 팀장(38)은 "주목도가 높은 아마추어 선수들을 통해 다양한 계층에 브랜드를 알리고, 프로스포츠의 기반을 확립하는데 도움을 주려는 취지"라고 했다.
연세대는 올해 정기전을 기획하면서 특별한 행사를 준비한다. 임현택 연세대 응원단장(23·전기전자공학4)은 "2017년은 윤동주 선배님의 탄생 100주년이다. 자랑스러운 선배님의 기상을 학우들과 공유하고 그 발자취를 되새길 수 있도록 시간을 할애할 계획"이라고 했다. 윤동주 시인(1917~1945)은 연세대 전신인 연희전문학교 문과(1938~1941년) 출신이다.

정기전은 다섯 종목으로 승부를 가리지만 이들을 독려하는 학우들의 응원이 더 볼거리다. 럭비와 축구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 한쪽 관중석은 졸업생과 재학생, 교직원을 더해 매년 약 2만 명이 몰린다. 푸른색과 붉은색 물결이 대비를 이룬다. 정상일 고려대 응원단 부단장(21·수학교육3)은 "단상에서 같은 색의 옷을 입고 응원도구를 흔드는 학우들의 모습을 보면 장관이다. 지쳐있던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나도 모르는 힘이 샘솟는다"고 했다.

2016 정기 연고전 연세대학교 응원단[사진=김현민 기자]

2016 정기 연고전 연세대학교 응원단[사진=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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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재학생 유현진(24·영어교육4) 씨는 "요즘은 신입생 때부터 진로 문제를 고민하고, 개인의 취미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해 동아리 등 단체 활동에 소극적이다. 그럼에도 정기전에서 모교 선수들을 응원하고 부대끼는 일에는 대부분 열성적이다. 정기전을 통해 공동체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연세대 도승우(21·도시공학2) 씨도 "정기전을 계기로 서먹했던 학과 동기들과 훨씬 가까워진다"고 했다.

두 대학 응원단이 정기전에 들이는 공도 상당하다. 정 부단장은 "하루 평균 6~7시간, 행사가 임박하면 10시간씩 훈련한다"고 했다. 응원가를 선정하는 일도 응원단의 역할이다. 임 단장은 "올해는 1980년대 대중가요 '바다새'에서 착안한 신곡을 준비했다"고 귀띔했다. 정 부단장은 "웅장하고 결속력을 높일 수 있는 곡과 상대를 자극할 만한 '재미'에 초점을 맞춰 두 그룹으로 나눠 고른다. 이번에도 고심 끝에 신곡을 세 개 정도 준비했다"고 했다.

두 대학이 내세우는 응원가는 기성 스포츠에서도 차용할 정도다. 프로야구 LG의 응원곡 '서울의 아리아'와 '승리의 노래' '사랑한다 LG'가 대표적이다. 이는 고려대 응원곡 '민족의 아리아'와 '포에버(Forever)', 연세대의 '연세여 사랑한다'를 모티브로 했다. 임 단장은 "안팎에서 (연세여 사랑한다를) 웰메이드 곡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정 부단장도 "자부심이 강하다"고 했다.

2016 정기 연고전 고려대학교 응원단[사진=김현민 기자]

2016 정기 연고전 고려대학교 응원단[사진=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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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전 문화도 조금씩 달라져간다. 온라인 게임에 익숙한 학생들이 주도하는 '사이버 정기전'이 대표적이다. 호응도가 매우 높다고 한다. 맹목적인 분위기도 지양한다. 김보혁 고려대 부총학생회장(22·정치외교3)은 "정기전은 '엘리트 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과 '거칠고 공격적인 응원문화가 지나치게 남성 중심'이라는 지적이 항상 뒤따른다. 이를 탈피하면서 전통을 이어갈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장애 학우들이 쉽게 동참할 수 있는 방안도 포함된다"고 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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