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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싸움·학점경쟁 '절정' 로스쿨…"로등학교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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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행사 필참 민원'… "행사 빠지고 공부하는 건 용납 못해
취업난 심각해져 경쟁 치열… '로등학교(로스쿨+고등학교)' 지적
변호사 공급 늘었지만 절반 이하는 月 1건도 수임 못해"

눈치싸움·학점경쟁 '절정' 로스쿨…"로등학교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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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한 서울 사립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학년 대표를 맡고 있는 김모씨는 최근 몇몇 동기생들로부터 당황스러운 전화를 받았다. 모든 학생들에게 며칠 뒤 예정된 학교 행사에 참가하도록 조치를 취하라는 내용이었다. A씨는 "일부만 행사에 참여하면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이들이 그 시간에 공부할 수 있어 불공평하다는 학생들이 여럿이었다"며 "학점이 취업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해하겠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로스쿨이 아니라 '로등학교(로스쿨+고등학교)'같다고 한탄했다.

변호사 공급이 늘어나며 취업난이 심각해지자 로스쿨 재학생들 사이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같은 직종으로 나아갈 동료라는 의식은 사라지고, 경쟁자라는 인식이 팽배해 시험 때면 눈치보기, 신경전이 치열하게 펼쳐진다. 서울 S대학 로스쿨 재학생 김모씨는 "장밋빛 미래를 생각하고 입학했는데 고등학교 때보다 더 한 눈치 싸움과 성적 경쟁을 하는 것 같다"며 "일반 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그래도 전문직이니까 괜찮지 않냐고들 하는데 이곳에서도 하루 하루 피 말리는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 국립대의 로스쿨을 다니던 박모(28)씨는 최근 로스쿨 '재수'를 결심했다. 학점이 나쁘진 않았지만 '지방대'라는 딱지로는 취직이 힘들 것 같다는 판단에서다. 박 씨는 "대기업 취직을 위해 취업 재수를 하는 일반 취업준비생들과 다를 게 없다"며 "대형 로펌에 들어가기 위해선 하루라도 더 빨리 명문대 로스쿨 간판을 따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로스쿨 제도 도입 이후 변호사 수는 빠르게 늘어났다. 1906년 최초의 변호사 3명으로 시작한 이래 법조인 선발은 꾸준히 늘어 2004년부터는 매년 1000명가량의 법조인이 선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수가 1만명을 넘어선 것은 2008년이다. 하지만 2009년 도입된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첫 배출된 2012년 이미 1만4534명을 기록했으며, 지난 4월 기준 2만2709명을 기록하고 있다. 3명에서 1만명에 도달하기 까지 102년이 걸렸지만, 1만명에서 2만명을 돌파하기 까지는 7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변호사 공급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일반 취직 시장의 대기업에 해당하는 대형 로펍의 채용 규모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김앤장, 태평양, 광장, 세종, 화우, 율촌, 바른, 지평, 로고스, 대륙아주 등 대한변호사협회가 2015년 변호사 수를 기준으로 뽑은 10대 로펌이 지난해 채용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200~250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대다수의 로스쿨 졸업생들은 직장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원서를 들고 뛰어야 하는 처지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현재 변호사들의 월 평균 수임 건수는 1.69건에 불과한 수준으로 절반 이하는 월 1건도 채 수임하지 못하는 부익부 빈익빈 상황"이라며 "이대로는 청년 변호사들의 생활고와 취업난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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