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문화초대석에 초대된 한 명민한 배우는 '#미투'운동을 '기적'이라고 했다. 그만큼 드러나기가 쉽지 않았던 사건들이고 이 운동이 앞으로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 또한 지대하다는 뜻일 터. 바야흐로 절대 깨질 것 같지 않게 두껍게 얼었던 얼음이 깨지는 해빙기다. 그나마 연극계에서 먼저 시작한 이 운동을 두고 혹자는 연극계가 유난히 썩은 곳인가 생각할지 모르나 실은 연극계가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 그나마 고발이 먼저 시작되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아직 깨지지 않은 얼음 아래 다른 영역에서는 얼마나 더 많은 성적 유린이 있어왔는지 감히 다 알지 못한다.
우리 사회가 괴물과 신사라는 두 얼굴의 무서운 존재를 이렇듯 무성하게 키워온 이유는 권력 앞에서는 모든 게 쉽게 용인되는 사회의 관성, 또 권력 앞에 조아리는 수직적인 문화 탓이 크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한 '#미투'의 고발은 신사의 얼굴 안에 도사린 괴물을 응시하게 했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언론의 선정적인 일회성 보도의 희생양이 되어선 안 된다. 더 중요한 것은 개인의 용기에 힘입은 고발 이후 우리 사회가 이들을 어떻게 책임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다. '#미투'와 '#위드미'가 함께 가야 하는 이유다. 연대를 통한 여성 정책의 구체적인 변화, 교육의 장에까지 인권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끌어내야 한다.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가 "한국의 기술, 정보의 진보와 견주어 여성의 권리가 낙후되어 있다"고 비판한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 차별이 적극적인 정책 의지로 극복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대중의 열렬한 관심 후에 발본적인 대책이 수립되지 않고 흐지부지된다면 용기 낸 피해자들에게 돌아갈 2차 가해가 너무 쉽게 예상된다. 가령 피해자들을 상대로 명예훼손죄로 고소하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권력자를 돕는 방향으로 적용되어 온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폐지부터 필요하다.
정은귀 한국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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