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계참에 모여 앉아 딱지를 접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햇살을 오후 내내 동무들과 접고 또 접었다. 언제 출근했는지 언제 퇴근할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엄마들이 일하는 공장은 산동네 층계들이 끝나고도 한참 더 먼 곳에 있었다. 그때 우리는 우리가 진실로 무엇을 기다려야 하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 장차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또한 얼마나 참혹하고 비루할 것인지에 대해 감히 알려고 하지 않았듯이. 대신 가끔 층계참에 앉아 <잠언>을 소리 내어 읽었다. 그럴 때면 왠지 모르게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계단마다 피고는 했던 사루비아와 붓꽃은 실은 <선데이 서울>보다 후졌었다. 층계참은 아무리 가꾸어도 그렇게 가난했다. 그것은 그러니까 거의 운명에 가까웠다. 참고로 '층계참'은 '층계의 중간에 있는 좀 넓은 곳'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리고 '층계'를 거꾸로 하면 '계층'이 된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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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은 일본인만 입장"…쏟아지는 韓 관광객 달...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