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고 뛰어올랐다
망토가 펄럭였다 그런데
로봇은 망토를 입지 않는다지
곳곳에 패인 상처가 전리품처럼 남아
학교는 안 가도 된다지
옆집 명수와 싸움이 붙어도
마당이 넓어
나무칼도
발사된 주먹도 가닿지 않고
삼단 변신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합체를 해야 한다지 마당엔 빗금으로
어지러운 발자국
엄마는 아빠를 찾으러 갔고
훈이는 김 박사를 찾으러 갔다지
전차도 전투기도 없는 기지가 집요하게 문을 걸어 잠가
부러진 나무칼 위로 투구꽃이
활짝 폈다
단단해져야지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든
나는
■내가 아직 한참 어렸을 때, 그때, 아직 초등학교엔 들어가지 못했을 때, 어쩔 수 없이 하루 종일 동무들과 놀고도 남은 해를 멀거니 바라보곤 했을 때, 그러나 소꿉놀이를 하기에는 왠지 멋쩍어졌을 때, 그 시절, 내가 제일 가지고 싶었던 건 안방 다락 한편에 개켜진 보자기들, 그 보자기들 중에서도 빨간색 보자기, 아니 아니 빨간색 슈퍼맨 망토. 슈퍼맨 망토에다 나무 작대기 하나만 있으면 나는야 천하무적, 하늘 끝까지 마음대로 슝슝 날아다닐 줄 알았는데, 그래서 장독대 옆 담벼락에서 풀쩍 날아올랐는데… 왼팔에다 깁스를 하고선 차돌로도 깰 수 없는 로켓 팔이라고 히물거리던 그 저녁. 돌아보면 그게 다였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고 그런 저녁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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