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책이 출간되고 얼마 후, 밀라노의 한 대학에서 2차례의 겨울 동안 가르칠 기회가 있었다. 수업 후 간간이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의 분노와 고민을 이해할 수 있었다. 카페에서 1유로짜리 커피를 시켜놓고 몇 시간씩 대화했던 기억이 새롭다. 당시 한국 학생들은 다 갖고 있던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학생이 거의 없어 토론 집중도는 더 높았다.
오늘의 고민을 주택에 한정해보자. 2017년 서울의 1~2인 가구 비율은 54.7%로 전체 가구수의 절반을 넘었다. 1인 가구의 비율은 2005년 20.4%에서 2016년 30.1%로 급격하게 증가했고 머지않아 1인 가구수가 전체 가구수의 절반을 넘는 날이 올 것 같다. 10년 전과 비교해 자가의 비율은 줄고(2.5%) 월세의 비중은 증가(10.8%)했는데, 30대 가구주의 월세 비중(43.5%)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숫자는 서울에서 청년이나 신혼부부의 주거난이 과거에 비해 심각해졌음을 보여준다. 상황이 이러하니, 취업은 어렵고 아르바이트로는 정상적인 삶이 어려운 현실에서 청년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갖기는 어렵다. 3포, 5포는 그냥 나온 소리가 아니다. 어렵사리 직장을 구해도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싼 주택을 얻기 위해 지옥고(지하방ㆍ옥탑방ㆍ고시원)를 전전하거나 장거리 출퇴근을 감수하며 도시 외곽의 주택을 찾는다.
여기에 청년 주택을 하나라도 더 공급할 적절한 입지를 찾는 일도 병행 중이다. 이미 여러 유형과 많은 물량의 청년, 신혼 주택 공급 계획을 내놓으며 이것이 희망고문이 아님을 알리고 있다. 서울에서만 향후 5년간 청년, 신혼 주택 14만5000가구가 공급된다. 물론 이 물량으로도 청년 세대의 주거난이 완전히 해소될 것이라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시간도, 비용도, 집을 지을 공간도 여의치 않음에 문제 해결을 위한 많은 노력이 진행 중이고, 이러한 노력은 청년 주거 공급을 늘려 그들에게 든든한 디딤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마리아와 루카는 이제 30대 중반쯤 됐을 것이고, 당시 대학원생들은 40대에 진입했을 것이다. 그들이 원하던 직장과 집을 구했는지는 모르겠으나 1000유로 세대의 고민이 해결됐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우리 청년들이 3포, 5포를 안고서 중년을 맞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때다.
김세용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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