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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힌츠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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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차장]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 그는 '푸른 눈의 목격자'로 불린 언론인이다.

원래 힌츠페터 꿈은 의사였다. 하지만 그는 1963년 독일 제1국영방송 카메라 기자로 입사했다. 자신의 직업 선택이 훗날 한국의 역사에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당시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힌츠페터는 '평범함'을 추구한 언론인이었다. 뉴스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다녔다. 특히 힌츠페터는 동아시아 정세에 밝았다.

일본 도쿄에서 17년간 특파원 역할을 한 덕분이다. 힌츠페터는 한국과 관련한 소문에 귀를 기울였다. 쉽게 믿기 힘든 얘기가 담겨 있었다.

1980년 5·18 당시 광주의 항쟁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 세상에 알린 故 위르겐 힌츠페터. 사진 = 연합뉴스

1980년 5·18 당시 광주의 항쟁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 세상에 알린 故 위르겐 힌츠페터.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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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선교회'에서 활동했던 파울 슈나이스 목사의 제보는 힌츠페터가 한국행을 결정한 계기였다. 당시 광주는 고립된 섬과 다름없었다. 힌츠페터는 가려진 진실을 드러내고자 우회로를 선택했다. 1980년 당시 외신 기자가 한국에서 취재하려면 해외공보원에 신고해야 한다.
프레스 카드를 발급받으면 정부의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취재 과정이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 힌츠페터가 기자 신분을 드러내지 않은 채 잠입 취재를 선택한 배경이다.

1980년 5월19일 그는 한국에 조용히 입국했다. 다음날 새벽 계엄군 경계를 뚫고 광주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그가 목격한 광주는 전쟁터와 다를 바 없었다.

그는 어린 학생의 시체 앞에서 오열하는 부모의 얼굴을 영상에 담았다. 선혈 낭자한 모습으로 길거리에 널브러진 시민의 모습도 영상에 담았다.

힌츠페터는 여러 시민의 도움으로 광주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영상 필름을 과자 상자에 숨겨 도쿄로 옮겼다. 힌츠페터는 독일 공영방송을 통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광주의 참상을 전했다. 주요 외신은 힌츠페터 영상을 토대로 광주 소식을 전했다.

힌츠페터가 아니었다면 광주에서 벌어졌던 '핏빛 기억'은 더 오랜 시간 역사의 그늘에 감춰져 있었을지 모른다. 최근 힌츠페터라는 이름이 재조명되는 이유는 '택시운전사'라는 영화 때문이다.

택시운전사는 올해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다. 어떤 이는 힌츠페터를 영웅으로 기억한다. 힌츠페터도 그러한 평가에 동의할까. 힌츠페터는 생전에 광주행의 이유를 묻자 "기자니까 당연히 간 거다"라고 답변했다.

힌츠페터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삶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그가 전한 '당연히'라는 단어가 어떤 미사여구보다 깊은 울림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이유다.




류정민 건설부동산부 차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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