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발전으로 동전의 운명은 더욱 가혹해졌다. 신용카드ㆍ스마트폰 결제 급증, 가상화폐 등장으로 존재감마저 위태롭다. 지난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통된 100원짜리 동전은 19년 만에 처음 줄어들었다. 시중에 유통되는 100원짜리 동전은 지난해 말 95억8500만개로 늘었다가 지난 6월 말 기준 95억1600만개로 감소했다.
하지만 메아리가 약하다. 시범사업 4개월째 접어들었지만 주변에 '동전없는 사회'를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전국 2만3000여개에 이르는 매장에서 거스름돈을 동전이 아닌 선불카드에 충전할 수 있게 됐지만 시범사업을 운영중인 편의점만 가더라도 이 같은 요구에 생소한 반응을 나타내는 경우가 태반이다.
현금없는 사회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노르웨이ㆍ덴마크ㆍ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국가들은 탈세 등 범죄 예방과 테러방지 목적으로 현금없는 사회를 실현하고 있다. 단적으로 스웨덴 은행 지점은 아예 현금과 현금자동지급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특히 스웨덴은 고액권 지폐인 1000크로나(미화 115달러 상당) 권종을 2013년 말 완전히 폐지시키면서 전반적인 화폐 사용이 급감했다.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케네스 로고프는 종이 화폐 폐지가 필요한 또다른 이유로 "중앙은행이 제한 없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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