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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핵,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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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7~8월은 쉬어갈 수 있는 때다. 사막을 아름답게 한다는 숨겨진 샘물처럼, 휴가가 자리하고 있다. 대놓고 설레는 시즌이다. 하지만 핵의 역사는 여름에 쉬기는커녕 가장 뜨겁고 숨막힌다.

1945년 7월16일에 세계 최초의 핵실험이 있었다. 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이 핵무기 개발을 위해 수립한 ‘맨해튼 프로젝트’의 결과물이었다. 인류를 초현실적인 에너지이자 공포의 세계로 밀어넣은 것은 아인슈타인과 유대인 과학자 실라르드의 편지로부터 시작됐다. 1939년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전해진 이 편지는 독일보다 앞서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큰 질량의 우라늄 핵 연쇄 반응은 매우 큰 힘과 라듐 비슷한 많은 양의 새로운 원소들을 발생시킬 수 있도록 조절 가능하다는 것이 확실해졌습니다.…이렇게 만들어질 새로운 형태의 폭탄은 가장 낮춰 생각해도 극도로 강력한 폭탄이 될 것입니다. 이런 종류의 폭탄 단 한 개를 보트에 실어 폭발시킨다면, 보트가 있던 항구 전체와 인근 지역 모두를 일순간에 파괴시킬 수 있습니다.”

핵무기는 1930년대 초 영국을 시작으로 독일과 일본이 개발이 나섰다. 하지만 중도에 포기했고 뒤늦게 뛰어든 미국이 성공을 거뒀다. 3년여간 미국의 대학, 연구소, 산업체, 군대 등에서 12만5000명의 인원과 20억달러의 자금을 집중 투입한 결과였다.

핵의 위력은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과학자들의 예측을 훨씬 뛰어넘는 가공함이었다. TNT 2만t 수준으로 지름 76m의 웅덩이를 만들었다.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과학자 페르미는 "1000개의 태양보다 더 밝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1000개의 태양보다 밝은’ 폭탄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입돼 20만명이 넘는 희생자를 냈다. 아인슈타인과 실라르드, 그리고 페르미 등 핵무기 개발을 주장했거나 참여한 과학자들은 대부분 후회와 자책에 빠졌다.

독일이 핵무기 개발에 실패한 배경에도 과학자의 고뇌가 녹아있는 논란꺼리가 있다. 양자역학의 창시자이자 독일 핵무기 개발에 참여했던 하이젠베르크의 회고록에서 그가 동료 과학자와 나눈 대화 일부다. “핵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어. 그러나 폭탄을 만드는 것에 대해선 생각해 보지 않았지. 내 가슴 깊은 곳에선 그것이 엔진이 되는 것은 정말 기뻤지만 폭탄은 아니었어.” 못 만든 것이 아니라, 일부러 안 만들었다는 얘기로 비쳐졌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 조성에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한다”고 밝힌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 동결로 대화의 입구에 들어가 완전한 핵 폐기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출구로 나오는 2단계 해법을 제시했다. 당장 폐기를 주장해서는 대화가 되지 않으니, 일단 묶어 놓고 입부터 열자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국내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일각에서는 원전을 핵무기 이상의 위협으로 보고 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기억을 지울 수 없다면, 기우로만 치부하기도 어렵다. 이래저래 한반도의 여름은 기로에 서 있다. 어느 길로 가야할 지는 '한 생명이 우주보다 귀하다'는 확고한 전제 아래서 정해지길 바랄 뿐이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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