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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투기지구 '강남'에 갇힌 정부

최종수정 2018.04.11 13:53 기사입력 2018.04.11 13:45

부동산은 정권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민감한 존재다. 집값이 뛰면 뛰는 대로, 내리면 내리는 대로 정권엔 부담으로 작용한다. 진보건 보수건 늘 한결같이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최우선 정책으로 내세우는 것도 그래서다.

세금도 부동산만큼 정권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세금을 정치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지적이지만 현실에선 정권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게 바로 세금이다.

이 두 존재는 선거철이면 더 부각된다. 이번 역시 다르지 않다. 6ㆍ13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2개월 앞두고 정부는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출범을 통해 부동산과 세금이 동시에 연결된 부동산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의 개편을 공식화했다. 여당은 한 발 더 나가 세입자에게까지 세 부담을 부여하는 '주거세'란 신개념을 꺼내 들었다. 이는 고액 전월세가 빈번한 강남권 세입자가 주 대상이 될 전망이다. 아직은 정책 토론회에서 제시한 의견 단계지만 정부 개헌안에 담긴 토지공개념과 비슷한 수순을 밟아 공식화될 소지가 다분하다. 토지공개념도 지난해 11월 김윤상 경북대 석좌교수가 여당이 마련한 정책토론회에서 발제한 후 당내 공론화 과정과 청와대의 결정 순으로 퍼즐을 맞췄다.

당정이 선거철이란 민감한 시기에 부동산 보유세만 콕 찍은 이면에는 강남 집값을 기필코 끌어내려 90% 이상의 표를 잡겠다는 계산이 깔렸을 게다. 2016년 말 기준 전체 주택 1669만2230채 중 자가 비중 가구는 전국 기준 56.8%에 불과하다. 수도권은 이보다 더 낮은 48.9%다. 보유세의 직접적 타깃이 될 9억원 이상의 주택 비중은 더 낮다. 지난해 공시 대상 공동주택 1242만7559가구 중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는 9억원 이상 가구는 0.74%(9만2192가구)에 그친다. 물론 이는 실거래가격이 아닌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한 숫자다. 실거래가 기준으로 보더라도 9억원 이상 자가 소유 가구는 전체 10% 안팎 정도 될 것으로 추산된다. 결론적으로 '강남 집값' 프레임을 통해 잃을 표 보다는 얻을 표가 더 많다는 계산에 따른 전략인 셈이다. 더욱이 강남은 각종 욕망이 응집된 공간이다. 강남을 재테크와 교육의 수단으로 보며 선망하는 이들이 있다면 다른 누군가는 투기 수요의 온상이자, 시기와 질투의 대상으로 여긴다. 특히 2000년대 이후 '강남불패'로 불리는 부동산 투기가 두드러지면서 강남은 대다수 중산층에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분노의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선거전략으로 이보다 더 활용하기 좋은 소재도 없을 테다.

하지만 진보정권도, 보수정권도 강남 집값을 잡지 못했다. 심지어 강남 집값과 전쟁을 치른 참여정부는 정권의 몰락을 겪어야만 했다. 참여정부의 정신을 계승한 문재인 정부는 이번 만큼은 실패하지 않겠다며 돈줄을 죄고 양도세 중과제도, 보유세 개편 등을 통해 세금 부담을 늘리고 있다.
그런데 강남 프레임에 갇히면서 시야가 좁아졌다는 게 문제다. 예를 들면 분양 아파트가 주변 집값을 올리는 원인으로 지목되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분양가 규제와 함께 9억원 이상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을 규제하는 식이다. 이는 되레 서민의 강남 청약 기회 자체를 차단하는 악수가 됐다. 그러는 사이 '로또'로 불리는 아파트 청약시장은 재력을 갖춘 이들만의 리그로 변질됐다. 무주택자를 위해 개편한 청약제도도 부양가족이 적고 무주택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20ㆍ30세대에 대한 검토가 부족한 채 시행됐다.

전체가 아닌 일부만 보고 대응하는 정책은 대부분 실패로 귀결된다. 그 피해는 서민층이 가장 심하게 받는다. 이미 우리는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어마어마한 수업료를 치렀다. '강남 집값=적폐'라는 등식에 갇혀 또다시 수업료를 낼 순 없지 않은가. 우리에게는 강남 집값보다 더 시급한 숙제가 있다. 바로 주거복지이다.
이은정 건설부동산부장 mybang21@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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