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분은 철마다 수행처를 찾아다니며 수행하는 승가의 관례 때문에 생긴 것으로, 유행생활을 하는 승려가 개인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물건은 삼의일발(세 종류의 옷과 비루)로 제한되지만 그 밖에 공동으로 사용하는 물건들은 승가공동체가 소유하고 관리하게 된다.
이 전통은 과거 인도에서 시작되어 오늘날까지 전승되고 있는 불교의 전통이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고 땅을 비롯한 모든 자연환경 역시 인류의 공유재산, 말하자면 인류공동체의 시방상주물이다. 과거 우리 조상들이 사용했으며 우리들이 지금 사용하고 있으며 앞으로 미래 세대가 사용할 인류 공통의 재산이니까 우리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 설사 토지소유권을 가지고 있더라도, 또는 하천과 바다를 이용할 권리를 가지고 있더라도, 엄격히 말해 우리는 그것을 잠정적으로, 아주 짧은 시간만 사용권을 가질 뿐이다. 더 엄밀히 따진다면 인간만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공유하는 공유재산이다.
옛날 스님들은 흐르는 물도 아껴 썼다. 시방상주물은 개인 소유물보다 더 아꼈다. 절집에 내려오는 규율은 무척 엄해서 사중 물건은 땔나무 하나도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되었다. 시방승가의 개념은 이처럼 작은 일에서도 지금 당장의 필요와 편리보다 미래의 쓰임까지 고려하도록 했다. 땅과 가능하면 가장 온전한 상태로 보호하기 위해 절을 지을 때 터가 부족하면 땅을 파내기보다 흙을 쌓아 보토하는 방법을 취했다. 이 모두는 미래의 승가가 사용할 수 있도록 땅의 원지형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배려 때문이었다.
지금 유용하게 잘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후세에 두고두고 잘 사용할 수 있을지, 우리 인간만 아니라 모든 생명이 골고루 나누어 잘 사용할 수 있을지, 이 모든 것들이 만족스럽다고 판단될 때 결정해도 늦지 않다. 한번 훼손된 환경을 되돌리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흐르는 물조차 상주물이라고 생각하여 아끼고 소중히 사용했던 옛 스님들에 의해 그 아름다움이 보존된 산천이 아닌가! 이 금수강산이 조상들의 정성스런 돌봄 덕분에 우리가 누릴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상주물을 공평히 나누어 쓰듯이, 세상만물이 나눌 수 있도록 흐르는 물조차 아껴 쓰듯이, 우리가 사는 이 땅, 우리 지구를 소중히 잘 사용하고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지금 우리만 아니라 후손들이 살아갈 공간이며, 또한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라 동물과 식물도 그 땅의 주인이다. 모두 골고루 나누어 쓸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가 아니라 의무임을 명심하자.
명법스님(은유와마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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