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로텐터홀에서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며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한 바지의 주름이 채 펴지지도 않았다. 보수의 괴멸을 초래한 정권에서 장관 재임 중 '진박'을 자처하는 행위로 선거법 위반 논란까지 감수하며 국회에 입성한 인사가 중진 퇴진론을 주장하며 보수 쇄신을 거론하는가 하면, 막말을 일삼던 홍준표 전 대표의 "나라를 통째로 넘겼다"는 고함은 비통한 심정마저 들게 한다. 이들 정치인에게 나라는 그들의 소유물이고 국민은 '표 찍는 기계'에 불과했다는 말인가.
국민은 2004년 천막당사로 옮기던 그들의 모습을 믿었기에 2006년 지방선거 및 연이은 2회의 대선에서 표심으로 신뢰를 보냈지만 국민을 배신하였다. 그 결과는 무서웠다. 선거과정에서 새로운 정책대안을 제시하기 보다 상대방의 흠집을 잡아 네거티브에 치중하고, 여론조사 결과가 불리하면 '왜곡, 조작' 운운했으며, 선거에 패배하면 며칠 무릎 꿇고 사죄하는 시늉을 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당내 세력경쟁에 급급했던 구태에 국민들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
지난 15일 자유한국당 비상총회에서 진정으로 반성하고 백의종군하겠다며 흰색 와이셔츠를 입은 모습은 '이벤트의 달인들'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나는 이들의 모습이 진심이기를 바랬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행복해질 테니까. 백의종군이 이벤트가 아니었음은 그들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백의종군이 아닌 백심종군(白心從軍)이 되어야 할 것이다.
여당은 야권에 대한 국민의 심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신독(愼獨)해야 마땅하다. 21대 총선은 2년 남짓 남았고, 민심은 물과 같다. 심판의 칼날이 자신들을 향할 수 있음을 두려워 해야 한다. 문 대통령도 자칫 오만해질 수 있는 지방권력의 여당 집중을 우려해 지난 18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기강해이를 엄중히 감찰하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여름의 문앞에 서서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던 19세기 영국의 역사학자 액튼 경의 말이 기우에 불과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박관천 객원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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