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걷는 동물이다. 호미니드 시절부터 아프리카 올두바이의 협곡을 걸었을 것이다. 예수도 그의 제자들도 걸었다. 제자들은 예수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걸었다. 독일 로텐부르크의 성야고보교회 앞에는 지팡이를 짚은 사도의 조각이 서 있다. 그가 잠든 스페인 산티아고의 성당으로 가는 길이 순례자의 길이 된 것은 섭리이리라. 아무튼 인간은 걷는다. 베토벤도 괴테도 엄청나게 걸었다.
그는 더 오래, 더 멀리 걷고 싶어졌다. 이스탄불에서 시안(西安)에 이르는 실크로드. 1년에 3개월씩, 네 번에 걸쳐 1만2000㎞를 걸었다. 그리고 매일 공책에 기록을 한 다음 파리로 가져가 정리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책이 '나는 걷는다'이다. 2003년 12월에 1권이 번역돼 나왔다. 올리비에는 '온몸과 생각으로 세상을 흡수하며 전진하는 기쁨'을 누렸다고 한다. 인간의 걸음은 자유를 뜻하며 그 자체로서 철학하는 행위다.
다닐로 자넹은 그의 책 '나는 걷는다, 고로 존재한다'에 이렇게 썼다. "의식적 걷기는 나 자신과 세상을 탐험하는 행위다. 따라서 의식적 걷기를 하려면 자기 자신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힘을 빼고 모든 가능성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두 발, 호흡, 신체의 움직임은 물론이고 외부의 소리, 공간, 주변에 주의를 기울일 때 비로소 나 자신과 세계를 온전히 체험하게 된다."
"체중이란 무게를 두 다리가 짊어진 것에서 두 손의 자유가 시작되었다. 인간이 가진 두 손의 자유가 인간을 위대하게 만든 자유의 출발이지만 두 손의 자유는 두 다리가 온몸의 하중을 짊어짐으로써 가능했다. 자유의 헌납 없이 진정한 자유는 존재할 수 없다. 두 손을 위하여 자유를 헌납한 두 다리는 진정 위대하다."
주말이다. 당신도 걷지 않겠는가. 날씨가 쌀쌀해졌지만 걸으면 곧 몸이 달아오르고 땀이 날 것이다.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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