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소아과의원을 찾았다. 원장은 "아이의 상태가 약간 문제가 있어 보이니 피검사도 할 겸 큰 병원으로 갈 것"을 권유했다. 협진의뢰서를 써주었다. 대학병원에서는 혈액검사와 수액 처방을 내렸다. 검사 결과가 나오면 입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딸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오후 2시에 출근해야 하는 반차로는 어림도 없었다. 하루를 쉬어야 했다. 딸은 병원의 구석진 곳에서 다시 상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결국 아이의 병원 행은 내가 도맡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나마 내가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여름방학에 아이가 아픈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이런 일들을 겪은 탓인지 딸은 둘째 아이 이야기만 나오면 "얘는 외동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아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힘들고 버겁다는 것. 2년 만에 대기 순번에서 벗어나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게 돼 육아 문제가 거의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여전히 이런저런 복병이 튀어나온단다. 그 와중에 바닥난 체력은 회복될 기미조차 없고. 첫 아이가 태어나기 무섭게 둘째 보기를 소망했던 사위도 육아의 길로 들어서며 이내 꿈을 접었다.
많은 젊은 부부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건 육아의 어려움과 맞물려 있다. 정부가 마련한 여러 제도들은 여전히 현실과 괴리가 있다. 젊은 부부의 부모 세대가 그 틈새를 메워 주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부모 세대의 인식의 변화로 결혼한 자녀에 대한 '애프터 서비스' 기간은 점점 짧아진다. 서로 멀리 떨어져 사는 세대들의 경우 마음은 있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자유한국당의 인식처럼 '국가 성장'의 패러다임으로 출산 문제를 살피고 아이 낳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는 가치관으로 젊은이들의 정신재무장을 시켜야 한다면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다. 국가주의를 배격한다던 자유한국당이 이제 국가주의로 달려가는 건가.
홍은희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 교수
꼭 봐야할 주요뉴스
"하이브 연봉 1위는 민희진…노예 계약 없다" 정면...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