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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개성공단과 세금, 통일한국 경제의 예행연습

최종수정 2018.05.10 11:55 기사입력 2018.05.10 11:55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남북 관계가 좋은 방향으로 급변하고 있다. 통일한국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통일한국 경제의 배후시장은 서울과 평양을 넘어 그 옛날 고구려 영토였던 중국 동북3성까지도 확대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한민족은 세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공동체로 성장할 것이다. 통일한국의 정치체제는 1국 2체제 또는 연방제 등이 논의될 수 있지만, 경제는 남측의 자본과 북측의 노동력이 결합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개성공단이 그 좋은 예다.

비록 북측의 핵무기 도발로 인해 개성공단 가동이 2016년 전면 중단됐지만, 10여년 넘게 남측 130여개 기업이 32억 달러 이상의 물품을 생산하였다. 연간 북측 근로자 5만 4000여명과 남측 근로자 800여명이 함께 땀을 흘렸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을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가 북측과 머리를 맞대고 지혜롭게 해결한 경험은 통일한국 경제의 큰 자산이 아닐 수 없다. 왜냐면 통일한국 경제는 당분간, 개성공단처럼, 흥남이나 혜산 등 21개 경제개발구에 남측기업이 주로 진출하여 운영되는 것을 바탕으로 그 동력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판문점선언 이후 개성공단 가동을 재개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최근조사에 따르면 개성공단에 입주했다가 철수당한 기업의 96%가 재입주 의사가 있다고 한다. 그들은 왜 개성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할까. 돈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개성공단 근로자 인건비는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의 공단 인건비와 비교할 때 높지 않다. 노동의 질도 좋다. 개성공단에 처음 입주할 때 소형 자동차를 타고 왔던 남측 기업인들이 몇 년 지난 뒤에는 고급 외제차를 타고 나타나더라는 북측 관계자의 푸념은 개성공단을 바라보는 그들의 심정이 아닐까 한다. 이렇다면 개성공단은 '퍼주기'가 아니라 '퍼오기' 사업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세금이다. 개성공업지구에는 「개성공업지구 세금규정」이 적용된다. 그런데 조문은 불과 86개 뿐 이고 분량은 몇 페이지도 되지 않는다. 남측 세법은 얼마나 두껍고 복잡한가.
법에 규정하고 있지 않은 사항은 관습과 조리(條理, 사회통념)로 푼다. 그런데 이게 남북분단의 시간만큼 차이가 있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법이다. 디테일에 악마가 숨어 있다는 말처럼, 법조문 해석기준 및 남북의 관습과 조리차이로 인해, 남측기업은 실제 세금을 납부하는 과정에서 북측 세무당국과 숱한 마찰을 빚었다.

세금부담 예측 가능성이 낮다면 남측기업은 북측에 대한 투자를 주저할 것이다. 세금규정을 대폭 손질하여 관습과 조리는 법으로 조문화해야 하며 가능하면 남측기준 및 원칙과 통일해야 한다. 최근 서울 표준시와 평양 표준시의 통일이 그 좋은 예다. 남북 모두 표준궤를 쓰기에 철도연결도 문제가 없다.

크게 호흡하고 보면 통일한국의 경제는 이런저런 시험을 겪으면서도 지속성장할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 사상가 루소가 지적한 것처럼 "인간(한민족)은 평등하게 태어났으나 도처에서(북에서) 불평등에 시달리고 있다"는 현상이 통일한국에 나타날 수 있다. 통일이후 남북의 경제력 차이 지속은 자칫 동독시절 공산주의를 그리워하는 한국판 '오스탈기(Ostalgie)' 사태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남측 역시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북측에 진출하는 기업이나 업종도 다양화해야 한다. 단순가공에서 벗어나 서로가 함께 윈윈(win-win)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 한다. 통일한국의 미래는 꿈꾸고 준비하는 자에 달려있다.

안창남 강남대학교 경제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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