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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안전한 나라

최종수정 2018.04.19 10:54 기사입력 2018.04.19 10:54


[아시아경제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안전하고 깨끗해야 하며 교통이 좋아야 한다'.

베이징특파원으로 갓 부임해 살 집을 구해야 하는 나의 요구사항은 이 세가지였다. 간단해 보이지만 중국이기 때문에 쉽게 갖추기 어려운 항목이라 생각했다. 14년전 중국에서 유학생활을 했던 경험과 출국전 영화 '범죄도시'를 본 기억 때문에 특히 안전에 대한 예민함이 컸다.

기우였을까. 베이징에 도착해 현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는 "베이징은 안전하다"였다. 안전한 도시니깐 생활하는데에는 불편함이 없을 것이라는 말이 처음에는 와닿지 않았다. 해가 지면 무조건 집에 있어야 했고 사람이 많은 대중교통은 '넘사벽'이었던 과거의 경험들이 스쳐지나갔다.

그런데 14년만에 마주한 베이징은 내가 알던 베이징이 아니었다. 거미줄 처럼 뻗어 있는 지하철에서는 철저한 안전검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베이징시 지하철역 모든 개찰구에 들어서면 현지인이든 외국인이든 예외 없이 공안의 안전검사를 거쳐야 한다. 공항에서나 볼 수 있는 엑스레이 검색대 안에 소지품을 올려놓고 몸 수색을 받아야 한다. 개봉된 물은 직접 마셔서 안전함을 확인시켜야 하고 미개봉된 액체류는 특수 검사장비에 올려놓고 성분을 검사 받는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부터 시작된 역내 보안 검사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왕푸징역' 같은 곳에서는 안전검사 대기줄 때문에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하는데만 5~10분이 걸리기도 하지만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어 사람들의 만족도는 높다.

버스에도 안전요원이 한두명씩 배치된다. 과거 버스카드 단말기가 없던 시절, 베이징 시내를 달리는 버스를 타면 안내요원이 승객 한명한명에게 어디까지 가냐고 물어본 후 그에 걸맞는 요금을 제시하고 종이 버스표에 표시를 해서 줬다. 지금은 카드 단말기에 카드를 찍고 타고, 찍고 내리면 이동 거리가 계산돼 그에 맞는 요금이 부과되는 자동 시스템이지만 여전히 버스에는 앞 뒤로한 한명씩 동승하는 안내요원이 있다. 다만 하는일이 버스요금 계산에서 버스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주변을 살피는 업무로 바꼈을 뿐이다.
중국은 세계 최고의 안면인식 기술로 수배범을 체포하거나 치안을 강화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중국 장시(江西)성에서는 5만 명이 운집한 콘서트에서 중국 공안이 스캔 3초만에 개인정보를 보여주는 안면인식 기술로 수배범을 체포해 화제가 됐다. 올해 춘절(설) 연휴 특별 수송기간(2월1~3월12일)에도 안면인식 스마트 안경을 쓴 공안들이 인구밀집 지역 곳곳에 배치되기도 했다.
유혈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신장자치구가 중국에서 치안 유지에 가장 '골치 아픈 지역'으로 꼽히고 있지만, 정부는 강력 대응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다. 이 지역에서는 신분증을 제출해야 매표소에서 표를 살수 있는 '지하철 실명 탑승제'가 통과돼 시행을 앞두고 있을 정도다.

지난해 중국의 치안 예산은 1조2400억위안(약 209조6220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6.1%를 차지했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국방 예산(1조200억위안)보다 많은 수치다. 공안 배치, 최첨단 추적장치 설치 등 내부 치안 유지에 배정한 예산 증가율은 지난해 12.4%로 경제성장률의 두 배에 가깝다.

이처럼 중국은 '국태민안(國泰民安)'이 인민의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소망이며, 국가의 안전을 수호하는 것이 인민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라 판단하고 안으로는 치안 유지에, 밖으로는 국가안보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시진핑 중국 주석도 지난 17일 열린 국가안전위원회 회의에서 "인민의 안전이 국가의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다소 강제적이긴 하지만 중국 정부가 쏟아 붓는 이러한 노력들은,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중국이 보여주고 있는 군사굴기는 중국인들에게 안전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심어주고 있음이 분명하다.

대한민국은 과연 안전한 나라일까.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믿음을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느끼고 있을까. 월호 참사가 벌어진지 4년이 지난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많은 국민들이 안전과 관련한 정부의 노력에 물음표를 던지고 '되돌이표' 대책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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