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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남북 훈풍 불자 속내 복잡한 중국

최종수정 2018.03.08 10:17 기사입력 2018.03.0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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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베이징 특파원

김혜원 베이징 특파원



2005년 9월19일. 남북한과 미국ㆍ중국ㆍ일본ㆍ러시아 6개국 대표가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에 응했다. 북한 핵 문제와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다자 협의체인 6자회담을 통해 '베이징 공동성명'으로도 불리는 9ㆍ19 공동성명을 채택한 날이다. 북핵 폐기 로드맵인 이 성명의 효력은 북한의 일방적 협약 파기로 오래 가지 못했지만 당시에는 6자회담 최대 성과로 꼽힌 역사적 사건이다. 2003년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첫 6자회담을 시작으로 2008년 12월 마지막까지 모임을 주도한 나라는 의장국인 중국이었다. 중국은 유관국, 특히 북ㆍ미 간 중재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후대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최근 아이러니한 상황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이슈가 급물살을 타는데 중국이 보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주장한 미국과 북한 간 직접 대화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지만 정작 제재의 대부분을 집행한 주체인 중국은 북한의 눈밖에 나 대화 채널에 좀처럼 끼지 못하는 형국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때리는 시어머니(미국)보다 말리는 시누이(중국)가 더 미웠던 것 같다.

중국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정권을 쥔 이래 대북 영향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사실을 일찍이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일제히 중국을 겨냥해 대북 역할론을 제기할 당시 "우리가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보낸 대북 특사가 김 위원장의 얼굴도 못 본 채 '빈손' 귀국한 사건은 체면을 구긴 것도 모자라 우리 정부의 대북 특사단이 극진한 환대를 받은 것과 대조를 이루면서 참담함마저 안겼다.

그동안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북핵 해법으로 제시한 중국이 바라던 대로 정세는 급변하고 있다. '쌍중단'과 '쌍궤병행'을 내세운 중국이 겉으로는 열렬히 환영의 뜻을 밝히는 이유다. 하지만 머릿속은 복잡해 보인다. 청와대가 대북 특사단 방북 성과를 발표한 직후인 6일 자정께 중국 외교부가 이례적으로 대변인 담화를 내놓은 것은 자국의 목소리를 조금이나마 반영하려는 초조함이 묻어 났다. "유관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추진하는 데 함께 노력하길 바라며 중국이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마땅한 역할을 하길 원한다"는 겅솽 외교부 대변인의 언급은 이런 속내를 반영한다.
대북 이슈에 있어 이미 주도권을 쥔 우리 정부도 딱히 중국에 의존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최근 베이징에서 만난 외교 고위 관계자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한정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공식적인 회담이 아니고 (스치듯 만나) 짧게 이야기를 나눈 수준으로 안다"고 말을 아꼈다. 동계올림픽 이후 북ㆍ중 관계 변화 가능성을 어떻게 보느냐고 묻자 "아주 민감한 문제"라며 "이미 북ㆍ중 관계는 독립 변수가 아닌 미국이라는 슈퍼 파워의 입장이 중간에 있고 그것에 따라 상당히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답했다. 남북 당사국을 제외하면 중국보다는 미국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견해로 들렸다.

중국이 물밑에서 북한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최근 남북 화해 무드에서 소외돼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고 중국을 '패싱'해서는 우리가 얻을 게 없다. 최악의 북ㆍ중 관계 속에 찾아온 최상의 남북 관계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로 껄끄러운 한중 관계도 감안할 대목이다. 남북 협상에 실질적인 조력자로서 중국을 다뤄야 한다. 한반도 평화 수호자를 자처하는 중국도 지금이야 말로 대국 외교의 진정성을 보일 타이밍이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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