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프닝을 종결한 건 중국 외교부다. 중조우의교 폐쇄를 북한 측에 통보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는 요청에 겅솽 대변인은 "내가 이해한 바로는 최근 북한이 철교 표면을 수리할 필요가 있다고 해 조만간 일시 폐쇄할 예정이며 보수 작업을 마친 뒤 정상 개통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번 조치가 대북 압박 차원이라는 일각의 목소리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보다는 북한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 관계를 명확히 하는 게 자국에 유리한 처사라는 전략적 판단이었을 게다. 중국 특유의 아리송한 화법이 아니었기에 논란은 금세 잠잠해졌다.
중국이 예전과 달리 속내를 감추지 못하는 것은 무언가 초조함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장이브 로드리아 프랑스 외무장관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면전에서 중국이 주장하는 북한 핵·미사일 해법인 쌍중단(雙中斷·북한 도발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동시 중단)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히자 원색 비난을 서슴지 않았고 러시아 하원 대표단의 북한 방문에 표면적으로는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도 불편한 심기가 역력했던 최근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외신은 러시아가 대북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면 중국이 질투할 것이라고 하는데 중국의 속은 그렇게 좁지 않다"는 환구시보의 사설은 초조함 이상의 민망함마저 느껴졌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방북했던 쑹타오 대외연락부장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면담하지 못한 것을, 대북 영향력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한다. 사드 갈등 봉합을 빌미로 한국에 유화 손길을 뻗는 중국이 또 다른 속내를 비치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 정부가 일련의 상황을 간파하고 외교적으로 적극 활용할 때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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