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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속 보이는 중국의 이중성

최종수정 2017.11.30 11:09 기사입력 2017.11.30 11:09

예정대로라면 지금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는 차도 통행 불가여야 한다. 중조우의교는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와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를 잇는 철교다. 중국과 북한을 오가는 유일한 육로인 셈이다. 평소 조용하던 이 일대에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결과적으로는 대형 오보였던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첫 보도 탓이다. 신문은 단둥시 세관 관계자의 입을 빌려 중조우의교 차도 부분이 24일부터 10일 동안 일시 폐쇄된다고 전했다. 중국이 보수 공사를 이유로 중조우의교 통행을 막은 것이 처음은 아니라서 가볍게 넘길 수 있었던 뉴스다. 그러나 북·중 관계가 냉랭한 시점에서 중국이 겉으로는 보수 공사를 명분 삼지만 북한과의 무역을 일정 기간 제한함으로써 북한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는 요미우리신문의 해설은 의구심을 부추겼다. 결국 이 다리의 통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북·중 접경지역을 담당하는 내외신 취재진이 너나 할 것 없이 다리 앞에 출동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해프닝을 종결한 건 중국 외교부다. 중조우의교 폐쇄를 북한 측에 통보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는 요청에 겅솽 대변인은 "내가 이해한 바로는 최근 북한이 철교 표면을 수리할 필요가 있다고 해 조만간 일시 폐쇄할 예정이며 보수 작업을 마친 뒤 정상 개통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번 조치가 대북 압박 차원이라는 일각의 목소리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보다는 북한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 관계를 명확히 하는 게 자국에 유리한 처사라는 전략적 판단이었을 게다. 중국 특유의 아리송한 화법이 아니었기에 논란은 금세 잠잠해졌다.

하지만 지난 28일 중국 외교부 브리핑의 상황은 전혀 딴 판이었다. 중국 국가여유국이 한국 단체 관광 금지를 일부 해제하기로 결정한 데 대한 평론을 요구하자 겅 대변인은 사실 여부를 밝히지 않은 채 유체 이탈 화법으로 논점을 비켜 갔다. 중국 정부의 관광 분야 주무 부처인 국가여유국이 전날 회의를 열고 베이징과 산둥성에 한해 자국민의 한국 단체 관광을 허용하는 시그널을 보낸 사실이 이미 알려졌는데 뻔뻔한 모르쇠로 일관한 것이다. 아마도 지난 8개월 동안 중국인의 관광 자유를 이유 없이 통제한 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조치였음을 인정하는 모양새를 피하고 싶었던 것 같다. 국가여유국이 금한령을 일부 해제하면서도 볼썽 사나운 단서를 주렁주렁 달아 관광 금지가 민의(民意·국민의 뜻)가 아닌 국가의 뜻이었음을 스스로 드러냈는데도 말이다. 특히 롯데그룹과의 어떤 협력도 불허한다는 조항은 속내를 알기 힘든 중국인 특유의 이중성을 넘어 속을 너무 빤히 보였다는 평가다.

중국이 예전과 달리 속내를 감추지 못하는 것은 무언가 초조함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장이브 로드리아 프랑스 외무장관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면전에서 중국이 주장하는 북한 핵·미사일 해법인 쌍중단(雙中斷·북한 도발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동시 중단)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히자 원색 비난을 서슴지 않았고 러시아 하원 대표단의 북한 방문에 표면적으로는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도 불편한 심기가 역력했던 최근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외신은 러시아가 대북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면 중국이 질투할 것이라고 하는데 중국의 속은 그렇게 좁지 않다"는 환구시보의 사설은 초조함 이상의 민망함마저 느껴졌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방북했던 쑹타오 대외연락부장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면담하지 못한 것을, 대북 영향력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한다. 사드 갈등 봉합을 빌미로 한국에 유화 손길을 뻗는 중국이 또 다른 속내를 비치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 정부가 일련의 상황을 간파하고 외교적으로 적극 활용할 때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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