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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과메기 소식

최종수정 2017.11.29 11:09 기사입력 2017.11.29 11:09

과메기(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과메기가 제철을 맞았다.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가 과메기의 제철이다. 햇 과메기가 나왔다는 소식은 이미 전국에 전해졌다. 하지만 올해 과메기는 안타까운 소식을 하나 더 전했다. 지진으로 인해 이맘때 과메기를 먹으러 포항을 찾던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제철 특수를 누리지 못하는 과메기는 지진으로 침체된 이 지역 경제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요사이 제철 과메기를 먹자는 얘기가 지진 피해를 살피자는 말로도 읽힐 수 있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4일 포항 죽도시장을 찾아 과메기 16박스를 샀다고 한다.

지진만 아니라면 과메기에 관한 얘기는 꽤 흥미롭다. 겨울철에 꽁치나 청어를 해풍에 말린 것이 과메기인데 이 이름은 '관목(貫目)'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눈을 꿰어 말렸다는 의미다. 조선시대에 쓰인 '규합총서'에는 이런 설명이 있다. "청어를 들어 보아 두 눈이 서로 통하여 말갛게 마주 비치는 것을 말려 쓰는 그 맛이 기이하다."

기이하다는 것은 처음에는 생소하지만 한 번 맛 들이면 계속 생각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 기이한 맛이 만들어진 배경도 예사롭지 않다. 여러 설이 있는데 왜적의 침입이 잦았을 때 약탈을 피하기 위해 청어를 지붕 위에 던져 숨겨 놓은 것을 시간이 지나 먹었더니 독특한 맛을 냈다는 얘기가 대표적이다. '지붕설'은 하나 더 있다. 뱃사람들이 배 안에서 먹기 위해 배 지붕 위에 청어를 던져놓았는데 바닷바람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 저절로 과메기가 됐다는 것.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가 먹을 것이 없어 겨울철 밖에 있던 청어를 먹었는데 맛이 좋아 본격적으로 만들었다는 얘기도 있다. 처음엔 과메기를 청어로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것은 당시 가장 구하기 쉬운 생선이었던 탓이다. 꽁치로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이후 청어 어획량이 줄면서부터다. 최근엔 청어가 많이 잡히고 '원조' 과메기를 찾는 사람도 늘면서 다시 청어 과메기가 나오고 있다.

이런 얘기들은 과메기가 예로부터 서민들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고단한 일상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재료로, '우연히' 과메기의 맛은 만들어졌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과메기 역시 포항 지역 서민의 삶과 직결돼 있다. 기름 자르르 흐르는 과메기를 초장에 찍어 김과 생미역에 올린 뒤 마늘종 얹어 먹으면 비릿하지만 고소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그 한입에는 더 이상 지진 피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뿍 담긴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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