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메기가 제철을 맞았다.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가 과메기의 제철이다. 햇 과메기가 나왔다는 소식은 이미 전국에 전해졌다. 하지만 올해 과메기는 안타까운 소식을 하나 더 전했다. 지진으로 인해 이맘때 과메기를 먹으러 포항을 찾던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제철 특수를 누리지 못하는 과메기는 지진으로 침체된 이 지역 경제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요사이 제철 과메기를 먹자는 얘기가 지진 피해를 살피자는 말로도 읽힐 수 있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4일 포항 죽도시장을 찾아 과메기 16박스를 샀다고 한다.
지진만 아니라면 과메기에 관한 얘기는 꽤 흥미롭다. 겨울철에 꽁치나 청어를 해풍에 말린 것이 과메기인데 이 이름은 '관목(貫目)'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눈을 꿰어 말렸다는 의미다. 조선시대에 쓰인 '규합총서'에는 이런 설명이 있다. "청어를 들어 보아 두 눈이 서로 통하여 말갛게 마주 비치는 것을 말려 쓰는 그 맛이 기이하다."
이런 얘기들은 과메기가 예로부터 서민들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고단한 일상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재료로, '우연히' 과메기의 맛은 만들어졌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과메기 역시 포항 지역 서민의 삶과 직결돼 있다. 기름 자르르 흐르는 과메기를 초장에 찍어 김과 생미역에 올린 뒤 마늘종 얹어 먹으면 비릿하지만 고소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그 한입에는 더 이상 지진 피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뿍 담긴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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