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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中 대화 물꼬 튼 文정부, 지나친 기대는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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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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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불과 일주일 동안 이곳 베이징은 숨 가쁘게 돌아갔다. 중국 최고 지도자인 국가주석이 한국의 새 대통령에게 이례적인 제스처를 취한 것이 발단이 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문 대통령 취임 당일 한중 관계 개선의 메시지를 담은 축전을 보낸 데 이어 만 하루가 채 지나기 전에 수화기를 들어 먼저 전화를 걸었다. 축전은 관례지만 중국의 국가주석이 한국 대통령에게 취임 축하 전화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9월 항저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회담 이후 목말랐던 한중 양국 정상의 소통 소식에 국민들은 반색했다. 한중 간 외교적 단절 사태를 빚은 지난 정부에서 맺힌 응어리가 조금이나마 풀리는 듯했다.

중국 관영 매체의 논조는 눈과 귀를 의심케 할 정도로 하루아침에 180도 바뀌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1일부터 연이틀 1면 오른쪽 상단 지면을 시 주석과 문 대통령 소식으로 채웠다. 인민일보가 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창구인 만큼 이는 시 주석이 한중 관계의 꼬인 정국을 풀 파트너로 문 대통령을 인정하겠다는 뜻을 만천하에 공표한 것이나 다름 없다. 주한 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로 인해 불거진 양국 갈등에서 여론전을 주도한 환구시보도 문 대통령을 '탈(脫) 권위' 인사로 표현하면서 사드 문제로 꽉 막힌 양국 관계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며 대놓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시 주석이 불을 지피고 관영 언론이 기름을 끼얹자 중국 내 여론은 언제 껄끄러웠냐는 듯 또 다른 얼굴이다. 때마침 베이징에서 14~15일 열린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초대 받지 못했던 한국 정부 대표단이 부랴부랴 참석하면서 화해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끈 우리 대표단은 시 주석을 비롯해 중국의 고위급 인사들과 가벼운 상견례를 마치고 돌아갔다.

숨 돌릴 틈도 없이 18일부터 사흘 간은 문 대통령이 파견한 특사가 친서를 들고 중국을 방문한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중국 특사로 보낸 데 대해 환구시보는 14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 후 특사 신분으로 중국을 방문한 적 있는 거물급 친중(親中) 인사라면서 얼어붙은 양국 관계 돌파구를 찾기 위한 중요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이런 분위기라면 연내 한중 정상회담 성사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문제는 '기승전-사드'로 귀결된 중국과의 사드 불협화음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다. 중국은 겉으로는 사드 배치를 철회하거나 어렵다면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미 출구 전략을 짰다는 이야기가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공공연하다. 사드 철회의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한 전략적 협상을 통해 얻을 건 얻고 버릴 건 버릴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이다. 외교 소식통은 "절충을 이루려면 핵심 사안에 대해 허심탄회한 의견 교환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오해가 있다면 풀고 입장이 부딪히는 부분은 어디까지 양보 가능한지를 확인한 다음 양측이 수용 가능한 접점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드와 관련한 최선의 해법을 모색하는 '사드 소통 창구'가 필요한 이유다. 여기에는 한중 양국은 물론 미국도 반드시 동참해야 한다. 과정이나 결과를 떠나 사드를 계기로 한중 관계는 수교 25년 만에 최악으로 치달았고 서로에게 큰 상처를 남긴 것은 분명하다. 중국과 중국인을 보는 우리의 눈높이도 이제는 조정해야 한다. '차이나 드림'이 악몽으로 바뀌는 것은 한 순간임을 경험했다. 중국과 대화의 물꼬를 튼 것으로 자아도취에 빠져서는 안 된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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