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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詩]겨울 대추/황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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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 대추 한 알이
끝내 보이지 않았다

차갑게 때리는 삭풍에도
한 길 높이 눈덩이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쳐다보는 눈길
안간힘에도

하늘과 땅 사이
대추 한 알의 인연이
천년의 바위였는데

봄이 깊은 어느 날
창밖엔 먼 하늘 소쩍새만 울었다

우리가 곧잘 쓰는 '순리(順理)에 따르다'라는 문장은 의미가 중첩된 표현이다. 이미 '순리'라는 단어 속에 '순종하다'라는 뜻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순리하다'라는 말 또한 엄연히 따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리하다'보다 '순리에 따르다'라는 표현을 더 자주 사용하는 이유는 무얼까? 내 생각엔 아마도 '순리하는' 일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어서가 아닐까 싶다. 참으로 그렇지 않은가. 천리나 도리를 아무리 잘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에 순순히 따르는 일은 결코 쉽지가 않다. 봄이 오면 그것이 비록 지난해를 다해 애써 맺었던 열매라 할지라도 새순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그게 순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 내내 "하루가 멀다 하고 쳐다"본 "창밖 대추 한 알"과의 "인연"은 못내 아쉬운 정도가 아니라 "천년의 바위"처럼 굳건해 차마 마음에서 떠나보낼 수가 없다. 그저 미련하다 하겠는가. 정녕 속절없다 하겠는가. 봄은 벌써 깊었고 물오른 가지 위에서 소쩍새는 우는데.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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