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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지역서 고려·조선 유적 확인"…러시아학자, 인하대 학술회의서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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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 전방기지 두만강 이북에 위치"…한국중세사 국경 연구의 최대 논쟁 예상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연해주지역서 고려·조선 유적 확인"…러시아학자, 인하대 학술회의서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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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연해주 지역에서 고려·조선시기 유적이 발견된 것으로 확인돼 한국중세사 국경 연구의 최대 논쟁이 예상된다. 이는 고려와 조선의 국경이 두만강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기존 통설을 뒤집은 것이다.
19일 인하대에 따르면 러시아 과학원의 고고학자들은 지난 17일 인하대 고조선연구소가 주최한 국제학술회의에서 두만강 이북의 러시아 영토인 블라디보스톡을 중심으로 한 연해주지역에서 고려·조선시기의 유적과 유물들이 최근 발굴됐다고 보고했다.

이날 국제학술회의는 '러시아과학원 극동지소 극동제민족 역사학고고학민족학연구소'의 아르쩨미예바 N.G.의 '연해주 지역의 조선시대(1392~1897년) 성에 대한 첫 번째 조사'부터 시작됐다.

또 니끼친 Yu.G.의 '피터 대체만 수역의 고려 및 조선시대 고고학 유적들'은 고려의 국경사에 대한 기존 통설에서 많은 논쟁거리를 제공했다. 이어 쥐쉬홉스까야 I.S.의 '고려 및 조선시대와 동시기의 연해주 고고학유적 출토 자기와 청자들'까지 러시아 극동고고학계 권위자들의 발표가 계속됐다.
그동안 한국 역사학계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중심으로 하는 연해주에는 한국사와 관련, 발해 유적과 대일항쟁기의 유적들만 주로 분포한 것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회에서는 연해주 지역에서 요나라나 금나라와는 관계없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산성과 토기들이 발견됐음이 국내 보고된 것이다.

특히 아르쩨미예바는 한국의 영웅 이순신 장군이 부임했던 녹둔도의 전방 산성기지가 24km 북쪽에서 발견됐다고 보고했다. 그는 난중일기의 기록을 인용하면서 두만강 북쪽 연해주 지역까지 조선시대 군사작전의 영역이었음을 확인한 것이다.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 산성은 거란이나 여진족같은 유목민족의 유적이 아니라 고려와 조선의 산성으로 보고 있다고 밝혀 청중을 놀라게 했다. 이러한 고고학 발견은 고려와 조선의 국경이 두만강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통설을 뒤집는 것이다.

초기에 러시아 고고학자들은 이 유적들을 고려나 조선의 거주 흔적으로 인식하는데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갈수록 고대 한국 성(城)의 특징인 석성과 고려·조선의 자기(磁器), 기와들이 다량으로 출토되자 고려 혹은 조선시대 문화와의 관련성에 관심을 갖게 됐다.

사실 당시 사료들인 '고려사'나 '고려사절요', '조선왕조실록' 등의 기록을 살펴보면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의 북방 국경선은 확실히 압록강이나 두만강 너머에 있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한국중세사학계에서 고려시대는 압록강하구에서 원산만으로, 조선시대는 세종 때에 와서야 두만강까지가 국경이었다는 기존 학설을 고수했다.

이런 점에서 이번 국제학술회의는 그동안 많은 논란 속에 미궁에 빠져 있는 한국 북방사 관련 연구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두만강 이북에 고려와 조선의 국경이 있었다는 공식 문헌기록을 러시아 학계의 고고학 자료들이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논문을 모두 검토한 한국 전통문화대학교 정석배 교수는 "타당한 내용"이라며 "연해주에서 오랫동안 답사와 조사를 하고 논문들을 검토한 결과 러시아학자들과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또 발해사를 전공하며 여러 차례 연해주를 답사한 '고구려, 발해학회' 연구위원인 정진헌 박사도 비슷한 의견이다. 그는 "시대적으로 발해 이후 유적들이 많이 발견되는데, 대부분의 러시아 학자들은 이 유적들에 대한 구분을 못하고 엉뚱하게 불과 200년이 안 되는 금나라와 연결지었다"고 지적했다.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남창희 교수는 "고대와 중세 국경의 연구와 현대의 영토문제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말한다.

그는 한국이 국제연합에 가입하면서 1945년 이후 동북아 국경 질서를 인정한만큼 국경사 연구가 현대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외교분쟁을 유발한다는 우려는 터무니없는 상상이라고 한다.

반면 중국의 현대 북한에 대한 역사적 연고권 운운은 그 근거도 없을 뿐 아니라 유엔이 정한 전후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으로서 중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런 점에서 러시아 학계는 중국과는 달리 객관적인 입장에서 고대와 중세 한국의 문화권 영역에 대한 공동연구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하대 고조선연구소 조선사 연구팀을 이끄는 복기대 교수는 "우리 중세사학계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공개토론회를 통해 일제 관변학자들에 의해 왜곡된 고려사를 복원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정부 당국의 대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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