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두고 서로 다른 묘한 분위기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우리나라와 러시아, 무승부로 경기가 끝납니다!"
18일 오전 7시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와 러시아 H조 월드컵 예선전은 1대1 무승부로 끝났다. 종료 휘슬이 울리고 중계진의 마지막 멘트가 날아들자 지상파의 한 관계자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겼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나마 비긴 게 다행이다 싶은 복잡한 표정이었다.
◆조마조마 지상파=SBS가 월드컵 중계권을 구입했고 이를 KBS, MBC에 재판매했다. 지상파 3사는 세월호침몰 등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광고영업에 큰 차질을 빚었다. 여기에다 유료방송업체와 재전송료 문제를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모바일방송에 대해서는 재전송료 협상이 결렬되면서 실제로 재전송을 하지 않는 '블랙아웃' 사태까지 벌어졌다.
지상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첫 경기에서 우리나라가 졌다면 월드컵 특수는 말할 것도 없이 아마도 '곡소리'가 났을 것"이라며 "이겼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나마 지지 않고 비긴 것만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A 씨는 "이번 브라질월드컵은 예전보다 열기나 관심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며 "경기가 새벽에 열리는 것도 있겠지만 아마도 세월호 침몰로 인해 분위기가 가라앉고 여기에 최근 문창극 총리 내정자 사태 등 월드컵 보다 더 예민한 사건이 연이어 터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고 해석했다.
◆걱정 태산, 유료방송=케이블업체의 관계자들은 경기를 보면서도 걱정이 앞섰다. 우리나라가 승승장구해 계속 이기면 무엇보다 반가운 일인데 마냥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이런 대형 스포츠 경기가 있을 때마다 앞으로 지상파와 재전송료를 두고 협상이나 논의를 할 수밖에 없는 사태가 빚어질 것이기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
케이블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도 지상파 3사가 월드컵 재전송료룰 지불하라며 공문을 보내왔다"며 "이런 대형 스포츠 경기가 펼쳐질 때마다 재전송료를 두고 갈등을 빚을 게 뻔하다"며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정부가 적극 나서서 정확한 가이드라인 마련 등 제도적 정비에 나서야 한다"며 "지상파와 유료방송업체의 자율적 협상에만 맡겨놓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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