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년 전 한반도에서 도마뱀은 두 발로 달렸다

전기백악기 한반도에 서식한 도마뱀의 진화와 생태 실마리 제공

도마뱀 발자국화석 이암 블록과 발자국 도면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마뱀 발자국으로, 두 발로 달렸던 도마뱀의 최초 직접 증거화석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질박물관 이항재 연구원이 '1억1000만년 전 도마뱀은 두 발로 달렸다'라는 제목의 연구논문을 온라인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15일자에 게재했다고 21일 밝혔다.

도마뱀은 평소 네 발로 걷지만 특수한 상황에서 두 발로 달리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도마뱀의 화석 보존 사례는 매우 드물고 생존 당시의 이족보행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언제부터 뒷다리로 달리는 능력을 진화시켰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이항재 연구원과 연구팀은 지난 2004년 남해안 백악기 척추동물 화석지 조사를 통해 경남 하동군 하동화력발전소 인근에서 도마뱀 발자국을 발견했다. 발견된 곳은 1억2700만년에서 1억1000만년 전 사이의 전기백악기 하산동층에 해당했다.

발견된 발자국은 구부러진 뒷 발가락이 바깥쪽으로 갈수록 점점 길어져 4번째가 가장 긴 전형적인 도마뱀의 뒷발자국 25개, 3번째 발가락이 가장 긴 앞발자국 4개로 2개의 완벽한 보행렬과 2개의 부분적인 보행렬을 이루고 있다. 도마뱀의 이족보행은 상체를 들어 올려 빨리 달릴 때 나타난다. 이항재 연구원과 연구팀은 보행렬에서 대부분 뒷발자국만 나타나는 것이 사족보행보다 이족보행 패턴에 일치함을 발견했다.

특히 뒷발자국 사이의 거리가 증가하면서 보행렬의 폭이 좁아지는 점, 발바닥을 디디지 않고 발가락보행을 한 점을 통해 뒷다리로 달린 도마뱀이 이 보행렬을 만든 주인공임을 밝혀냈다.

이 연구원은 "화석 뒷발자국의 길이는 평균 2㎝ 정도에 불과해 꼬리를 제외한 몸통 길이가 약 6.8㎝의 작은 도마뱀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동일한 화석지에서 함께 발견됐던 공룡 발자국은 이 도마뱀이 두 발로 황급히 달아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고 했다.

이번에 발표된 도마뱀 발자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며, 지금까지 알려진 발자국과 구별되는 새로운 해부학적 특징을 기반으로 '사우리페스 하동엔시스(Sauripes hadongensis)'로 명명됐다. 사우리페스는 고대 그리스어 'sauros(도마뱀)'와 'pes(발)'의 합성어이고 하동엔시스는 화석이 발견된 경남 하동군의 지명을 따온 것이다. 신중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은 "비록 작은 도마뱀 발자국에 대한 연구지만 척추동물 진화사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결과"라고 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