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상 최대 실적] 삼성 영업익 14조 시대, 매출도 60조원 첫 달성 (종합)

반도체 슈퍼호황 효과, 포트폴리오 강점 시너지…삼성, 인텔·애플 뛰어 넘어 글로벌 IT 1등 기록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삼성전자가 분기별 영업이익 10조원 시대를 넘어 14조원 시대를 열었다. 영업이익에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것은 물론이고, 매출도 사상 처음으로 60조원을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7일 연결기준으로 매출 60조원, 영업이익 14조원의 올해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2분기 실적은 1분기보다 매출 18.7%, 영업이익 41.4%가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도 매출 17.8%, 영업이익 72.0% 증가했다.

증권업계에서 예상한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13조1972억원이다. 삼성전자가 2013년 3분기 기록했던 10조1600억원의 역대 영업이익 최고기록을 돌파할 것이란 점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하지만 단숨에 '14조원 시대'를 열 것이란 관측은 거의 없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업계의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매출에서도 지난해 2분기(50조9400억원)보다 9조600억원 늘어난 60조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매출액 역대 최고기록은 2013년 4분기 달성한 59조2800억원이다. 영업이익은 물론 매출 규모에서도 역대 최고기록을 갈아치운 셈이다.

삼성전자의 기록적인 성과는 반도체 슈퍼호황과 삼성 특유의 '포트폴리오' 효과가 맞물린 결과다. 삼성전자는 잠정실적만 발표하고 사업부문별 실적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반도체 사업부문은 7조원을 훌쩍 넘어 8조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가 절대 강자로 평가받는 D램은 물론이고, 반도체의 미래로 평가받는 낸드플래시 부문에서도 '글로벌 1위' 위상을 굳건히 하며 어닝서프라이즈를 이끌었다. 삼성전자는 앞선 기술력을 토대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는 수급불균형이 이어지면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진 것도 반도체 슈퍼호황의 배경이다.

IM(IT&모바일) 사업 부문도 4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가 13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측한 한국투자증권은 IM사업부문에서 3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갤럭시S8 판매 효과가 2분기 실적에 반영된 결과다.

디스플레이패널(DP)도 1조5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글로벌 패널 가격 상승세도 영향을 줬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 패널에서 사실상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하며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업계의 OLED 패널 채용이 늘어난 것도 삼성전자 실적 향상 요인이다.

소비자가전(CE) 부문은 삼성이 인수한 미국의 세계적인 전장기업 하만의 실적을 포함해서 8000억원 안팎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의 CE 사업 부문은 다른 사업부문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고전했다. 세계 TV시장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않았고, QLED TV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 부담 등이 맞물린 결과다.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실적은 여러 의미에서 기록적인 결과다. 종합반도체 부문의 절대 강자인 인텔의 2분기 매출을 뛰어넘어 삼성전자가 '반도체 종합 1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또 애플의 영업이익을 뛰어넘는 것은 물론이고,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머리글자를 딴 말) 등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영업이익을 합친 것보다 더 뛰어난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총수의 부재라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뚫고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더 뛰어난 성적을 기록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있지만,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볼 때는 위기신호도 감지되고 있다.

반도체 사업을 토대로 한 깜짝 실적은 지금까지 미래를 내다본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총수 부재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의 과감한 투자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반도체 슈퍼호황이 꺾일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결국 현재의 좋은 실적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편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은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IFRS)에 의거해 추정한 결과로서 투자자 편의를 돕는 차원에서 발표됐다. 삼성전자는 2009년 7월부터 국내 기업 최초로 분기실적 예상치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10년 IFRS를 적용함으로써 글로벌 스탠다드에 입각한 정보제공을 통해 투자자들이 보다 정확한 실적 예측과 기업 가치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주주가치를 제고해 왔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