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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팔고 '담뱃세 11조' 걷는 우리나라, 왜 흡연할 곳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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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천국' vs '흡연지옥'…'피울 권리' vs '피할 권리'
갈 곳 없는 애연가…간접흡연 피해 갈수록 심각해져
흡연권-건강권의 공존 "분연정책으로 해결해야"


서울의 한 흡연구역(흡연부스).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 이선애 기자 lsa@

서울의 한 흡연구역(흡연부스).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 이선애 기자 l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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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지난 3년간 담뱃세가 10조원 이상이에요. 그런데 담뱃세를 금연정책에만 사용하고 있고, 흡연구역(흡연부스) 확대는 나몰라라에요. 담배는 팔면서 흡연할 곳은 없는 아이러니한 모습이죠. 금연구역을 늘리는 것 못지 않게 부족한 흡연구역 확보도 함께 병행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정책은 왜 비흡연자들을 위한 방향으로만 쏠려 있을까요? 흡연자들의 기본권을 무시하지 말고 분연(分煙, 흡연과 금연 장소의 분리) 정책을 도입해 '분연권'(分煙權)을 보장해야 합니다."

최근 한국공항공사의 국내선 공항 흡연실 폐쇄 추진이 흡연자의 기본권을 무시하는 심각한 월권행위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갈 곳을 잃은 흡연자들은 흡연구역도 금연구역도 아닌 회색구역에서 행인의 눈치를 살피며 흡연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런데 이는 일반 행인의 간접흡연 피해 증가로 이어져 흡연자·비흡연자 모두가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분리형 금연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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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금연구역 26만여곳…간접흡연 피해 심각= 2011년 서울시가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실외 금연구역은 670개소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만9201개소로 27배 이상 증가(실내 금연구역 포함 시 26만5113개소)했다. 반면 현재 서울 시내 실외 흡연구역은 11개 자치구 43개소에 불과한 상황이다.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의 비례가 맞지 않은 상황에서 갈수록 금연구역은 확대되는 추세다. 서울시는 2008년 금연권장구역인 금연정류소를 시작으로 2011년부터는 광장·공원·중앙차로 등으로 금연구역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2015년부터 모든 음식점 등 영업소에서 전면 금연 시행 및 각 지자체 조례에 의해 공원 등 실외 금연구역이 지정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당구장·스크린골프장 등 실내 체육시설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고, 올해 들어서는 지난 2월부터 아파트 실내 흡연이 금지됐다. 최근 흡연카페(총면적 75㎡ 이상인 흡연카페 15곳) 역시 금연구역으로 지정됐고,내년 1월1일까지 면적과 상관없이 전국 모든 흡연카페 30곳을 금연구역화한다. 오는 12월31일부터 전국 약 5만여 곳에 달하는 어린이집·유치원 근처 10m 이내도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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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자들과 비흡연자들은 각각 흡연권과 건강권, 분연권과 혐연권으로 맞서고 있지만 간접흡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흡연자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라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흡연권 대책이 없는 금연구역 지정에 시민들 대다수가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흡연자 및 비흡연자 500명을 대상으로 흡연공간에 대한 여론조사(2015년 6월) 실시 결과, 흡연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79.9%로 압도적(흡연자 77.0%, 비흡연자 80.6%)으로 높았다.

직장인 강덕진(39) 씨는 "담배를 팔면서 얻는 세수로 흡연부스 마련에 신경써야 한다"며 "이게 간접흡연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이다"고 말했다.

실제 금연구역 확대로 회색구역으로 흡연자들이 내몰리며 보행자들의 간접흡연 피해 사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성인 비흡연자의 직장 내 간접흡연율은 17.4%, 가정 내 간접흡연율은 6.4%이며, 공공장소 간접흡연율은 22.3%로 조사됐다.

국내 최대 흡연자 커뮤니티 아이러브스모킹의 이연익 대표 운영자는 "비흡연자들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정된 흡연구역에서 철저하게 규정에 따르도록 하는 것이 끔찍한 부작용과 사고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강조했다.

담배꽁총 무단투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흡연부스는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시에 따르면 담배꽁초 무단투기 단속 건수는 2015년 6만5870건, 2016년 6만8619건, 2017년 7만2789건으로 증가했다. 남승하 숙명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제대로 흡연구역을 마련하면 길거리 흡연이나 흡연문제로 다투는 것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연구역에 흡연실 설치 의무화 법안을 발의한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흡연실 설치를 의무화하고 그에 상응하는 처벌 규정을 두는 것이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는 동시에 흡연자들의 흡연권을 보장해주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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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세 금연정책에만 지출…흡연자·비흡연자 배려 일본 분연 문화= 10조원 이상 거둬들이는 담뱃세를 금연정책에만 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기획재정부·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담배 세수는 2012년 5조9445억원, 2013년 5조7406억원, 2014년 6조921억원 수준이었으나, 담뱃세가 본격적으로 오른 2015년에는 9조8673억원, 2016년에는 12조3604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그러나 담배로부터 거둬들이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이른바 담배부담금)이 흡연자 건강관리사업에 적정하게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빗발치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이 지난 2월 35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건강증진부담금 수입예산 4조365억원 가운데 금연사업에 1500억원(3%)만 배정된 것과 관련해 '매우 적정하지 않다'는 의견 41%를 포함해 62%가 '적정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10명 중 6명이 '부적절'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설문조사 결과, 현재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적정하지 않다'는 견해는 각각 81%와 56%로 모두 절반을 넘었다. 건강증진부담금에서 금연지원 사업에 지출되는 예산에 '적정하다'는 의견은 19%에 불과했다. '잘 모르겠다'는 의견도 19%로 나타났다. 국민건강증진기금이 담배로부터 충당되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56%, '알고 있었다'는 44%인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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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정책을 관할하는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본인과 다른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담배에 부과하는 부담금 성격으로 금연사업, 건강증진사업 등에 쓰는 목적 세금이기 때문에 흡연권 보장을 위해 쓰기에는 목적에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흡연구역 확대에 대해서도 미온적인 입장이다. 복지부는 금연구역 설치는 간접흡연을 막는 효과가 가장 크고, 공공장소 등 사람 많은 곳에서 담배를 못 피게 함으로써 '흡연의 비정상화' 효과를 준다는 의미가 크지만 사실 흡연실을 많이 늘렸을 때 흡연율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다고 판단한다.

전문가들은 흡연구역을 늘리면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분연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흡연공간과 금연공간을 명확히 나누자는 분연은 일부 선진국에서 적용하고 있고, 이웃나라 일본에서 '분연정책'의 효과는 입증됐다.
일본 신주쿠역 부근 폐쇄형 흡연공간.

일본 신주쿠역 부근 폐쇄형 흡연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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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2001년 도쿄 지요다 구에서 길거리 흡연자의 담배 불똥이 어린아이의 눈에 들어가 실명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노상 흡연에 대한 반대 여론이 급격히 높아졌다. 이후 도쿄를 비롯한 대부분 도심 거리에서는 담배를 피울 경우 2만엔(약 19만4000원)이 넘는 고액의 과태료를 부과할 정도로 강한 거리 금연 규제를 실행하고 있다. 하지만 어디서든 도보로 5분 이내에 찾아갈 수 있는 흡연부스도 함께 설치해 그곳에서는 흡연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정책은 일본의 간접흡연 피해를 크게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분연 정책으로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 상생의 길을 모색한 것.

업계 관계자는 "금연구역이 확대되는 만큼 흡연공간도 충분히 확보해 간접흡연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흡연자의 기본권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규제가 완화되면 담배업체에서도 활발히 지원해 흡연구역 설치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오다이바 거리 개방형 흡연공간.

일본 오다이바 거리 개방형 흡연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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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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